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쌀 목표 가격'으로 뉴스를 검색한다. 

“농해수위, 정부안-야당안 절충안 마련”(연합뉴스)

“18만 원대에서 절충하는 최종 협상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YTN)

따위가 검색된다. 이런 니미럴 놈들 보소.

 

노숙농성 30일 차, "부정선거로 당선된 박근혜 정권에게 빼앗긴 민주주의와 쌀을 되찾아오겠다"는 결의로 시작한 국회 앞 노숙농성이 어느새 한 달이 되었다.

국회가 막바지로 가고 예산안 처리 시한이 다가오면서 그간 파행을 거듭하던 농해수위가 바빠졌다. 

농민들은 지난 23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대응하여 대표자대회를 열고 1박 2일 의원회관 점거농성을 결행한 바 있다.  

농해수위는 여야의 대표와 농식품부 차관이 참석하는 6인 협의회를 구성하여 합의안 마련을 시도했지만 불발되었다. 

어제는 농해수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두고 경북, 충북, 전남, 전북, 강원 등지에서 농해수위 소속 의원 지역 사무실 점거농성을 감행하였다. 

그런데 오늘 아침 어제(26일) 열린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모종의 절충안이 생산된 것이다. 

 

 

 

샛강다리를 건너 농성장으로 간다. 

아따 날이 차다. 강바람이 귀를 에인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가 보다. 

아파트 숲 사이로 해가 떠오른다. 음.. 오늘도 해는 뜨는구나 싶다. 

농성장에 도착하여 절충안의 내용이 무엇인지 이리저리 확인해보니 이는 분명 '야합'이다. 

지역의 문의전화가 걸려오고 이런저런 연락들을 취하고 논평을 준비한다. 

그런데 야합임이 명백한 그 절충안마저 박근혜가 걷어찼다는 소식이 전해온다. 

우리처럼 박근혜도 그 절충안을 야합으로 규정했나 보다. 철도파업에 대해 어설픈 절충은 없다던 박근혜가 쌀 목표 가격 문제에도 동일한 잣대를 들이댄 모양이다.  그래 일관성은 있군..

그나 고맙다 박근혜! 니 덕분에 우리 투쟁의 성격과 전선이 보다 분명해졌다.  

민주 없이 민생 없다. 민중생존 압살 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

박근혜를 그대로 두고 노동자 농민, 민중의 생존과 민족의 운명을 논할 수 없음이 날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음이다. 

 

[논평]

 

국회는 쌀 목표 가격 야합하지 말라.

 

밤새 안녕이라더니 오늘 아침 언론보도에 접한 우리 농민들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농해수위, 정부안-야당안 절충안 마련”(연합뉴스)

“18만 원대에서 절충하는 최종 협상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YTN)

 

고작 이런 결론을 내리자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소위 끝장 토론이니 뭐니 하며 시간을 끌었는가? 진정 여야 간의 다른 입장이 있어 싸우기는 한 것인가, 아니면 눈치 보며 싸우는 척만 한 것인가?

우리는 절충에 절충을 거듭한다며 농민 값인 쌀값을 토막 내는 저들의 작태에 심한 모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똑똑히 들어라.

농민들의 요구는 쌀값 몇 푼 더 올려달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적어도 23만 원은 보장되어야 쌀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다는 최소 생산비에 대한 절박한 요구이다. 이러한 농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헤아리지 못하고 외면한 채 진행되는 여야 간의 절충, 합의는 결국 우리 농민들에게는 야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3백만 농민과 국민들에 대한 사기행각에 불과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다시 한번 국회에 엄중히 경고한다.

농민의 생명줄인 쌀 목표 가격에 대한 그 어떤 야합도 우리는 용서치 않을 것이다.

우리 농민의 몸값을 푼돈 몇 푼 올리네 마네 하는 논쟁으로 더 이상 모욕하지 말라.

 

야합을 하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합의하지 않는 것이 낫다.

아무것도 퍼담을 수 없는 그릇이라면 차라리 걷어차는 것이 상책이다.

우리 농민들은 기만적인 절충안에 결코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2013년 12월 27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이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