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들 다 모였다. 설이다.
삐약삐약하던 것들이 그새 컸다고 이제 말도 안타고 애비를 숫재 갖고 놀자고 한다.
우리 식구 다 해봐야 손하고 발만 나온놈, 술잔만 기울이는 놈까지 도합 다섯이다.
딸래미들이 컸다고 제몫을 한다. 옆에서 평가해주는 남정네들까지 해서 이렇게 손맛은 전승되는 모양이다.
차례상보다 성주상이 더 그럴듯했다.
떡국이 얼매나 맛나등가 어제만 다섯그륵을 자과대부렀다.
어렸을 적에는 한살이라도 얼른 더 묵어볼라고 그랬다치고 어제는 왜 그랬을까?
밥도 힘으로 묵는거이라 힘 있을 때 한그륵이라도 더 묵어둘라고 그런 모양이다.
아들만 4형제를 둔 옆집 칠암할매 손주들허고 통화허는 모양이다.
"어이 잘 갔는가?" "어이 어이" 하는 목소리가 촉촉히 젖어 담을 넘는다.
다들 처갓집으로, 혹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모양이라 엊지녁까지 시끌덤벙하던 집이 적요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갑오년의 설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