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새들의 이동시기.

많은 새들이 월동지를 찾아 남에서 북으로, 복에서 남으로 이동한다. 

떠나는 새들, 찾아오는 새들

그리고 쉬어가는 나그네새들로 한반도 곳곳이 북적인다. 



실로 오랫만에 부안에서 심원으로 이어지는 고창 바닷가를 찾았다. 

대부분이 갯벌인 고창 해안선.. 

축조식 양식장과 간척사업으로 훼손되고 협소해진 구간이 많다. 

만조시간에 도착한 갯등에 많은 도요들이 운집하였다. 

좀도요, 민물도요, 왕눈물떼새, 흰목물떼새..

 자잘한 녀석들.. ㅎㅎ 


무리들 사이에서 넓적부리도요를 찾는다.

독특한 부리모양, 특이한 행동거지, 세가락도요에 가까운 깃털색깔 등으로 골라내야 한다. 

결정적인 것은 오리 주둥이같은 부리모양이다. 

한양에서 김서방 찾기.. 그런데 의외로 쉽게 찾아냈다. 




넓적부리도요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에 위급(CR)으로 분류된 국제보호조다. 번식지 상실, 중간 기착지 및 월동지역 상실, 월동지에서 식용을 위한 사냥 등으로 개체수가 심각하게 감소하고 있다. 1970년대에 2,000~2,800쌍이었으며, 2000년에는 1,000쌍 이하, 2010년에는 360~600개체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야생조류필드가이드(박종길 저)




녀석은 좀도요 무리에 섞여 있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녀석들.. 찾아놓으면 사라지고, 사라지면 다시 찾고를 반복한다. 

녀석들은 네차례가량 사진기 속으로 들어왔다.


물이 빠지기 시작하고 해가 기운다.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녀석들은 곁을 주지 않고 산개하기 시작한다. 

한 무리를 찍어놓은 동영상 속에 넓적부리도요 3개체가 들어 있다. 

최소 3개체 이상이 머물고 있다는 증거가 되겠다. 

밴딩한 녀석을 발견했는데 사진기에 담지 못했다. 

여튼 다시 만나 반가웠다, 넓적부리도요.



민물도요 무리 가운데 송곳부리도요 한마리 들어 있다. 

이마에 줄 있는 녀석. 고창 갯벌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다.



바로 이 녀석, 송곳같은 부리를 가졌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겠다.



한 녀석이 날아오르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우루루..

반사신경이 몹시 발달한 녀석들이다.



왕눈물떼새가 곁눈질을 한다.

큰왕눈물떼새를 봐야 하는데..



멋진 군무를 선보인 민물도요들이 내려앉는다. 


물이 다시 빠지고 날이 저물어서야 나는 갯등에서 나올 수 있었다. 

멸종위기에 처한 넓적부리도요들에게 고창 갯벌이 안정적인 쉼터로 지속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