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선언문

 

우리는 오늘 전국의 200만 쌀 생산 농민을 대표하여 ‘전국쌀생산자협회’를 창립하였다.

 

 

그동안 우리 쌀 생산 농민들은 정부의 무분별한 수입개방 정책과 저곡가 정책으로 농촌 경제가 몰락하면서 수많은 농민이 살기 위해 도시로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도 꿋꿋이 식량주권을 지키고 농업, 농촌을 지키기 위해 희생을 감수하며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14년 9월 30일 협상을 포기한 채 쌀 전면개방을 WTO에 일방적으로 통보하였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우리 쌀 생산 농민들은 쌀 전면개방을 막아내기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하였고, 513%의 관세율과 정부의 협상 실패로 인해 그동안 지불해 왔던 부대조건(밥쌀용 30% 의무수입, 수입쌀 원조 금지 등)이 삭제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지난 시기 수입개방을 막아내고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농민들의 투쟁 과정에서 쌀 생산 농민을 대표하는 조직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고 오늘‘전국쌀생산자협회’ 창립총회를 갖게 되었다.

 

이제‘전국쌀생산자협회’는 쌀 생산 농민들의 경제적 공동 이익과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나아가 쌀 생산 농민과 농지를 보호하여 국민들에게 안전한 식량을 공급하고 식량주권을 유지하기 위해 전국의 쌀 생산 농민들과 함께 다음과 같이 노력할 것이다.

 

첫째, 쌀가격 보장과 쌀시장개방에 적극 대응한다.

둘째, 식량자급률목표의 상향조정과 법제화를 추진한다.

셋째, 경자유전에 입각하여 농민적 농지소유와 이용체계를 확립하고 농업생산기반을 확충한다.

넷째, 가공 유통 등에 농민들의 참여가 자유롭게 보장되는 농민적 가공과 유통 체계로 개편한다.

다섯째, 남북공동식량계획 및 공동농업정책을 추진한다.

여섯째, 환경정책과 농업정책의 연계로 농민 생산 활동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2015년 3월 3일

 

전국쌀생산자협회 창립총회 참가자 일동

 

 

 

 

 

 

[사설] 전국 쌀 생산자 협회 창립의 의미

 

민중의 소리

 

어제(3월 3일) 오후 전국쌀생산자협회(이하 쌀협회) 창립총회가 전주에서 열렸다. 쌀협회 창립은 쌀시장 전면개방에 맞선 농민들의 각고의 노력이 거둔 값진 투쟁의 결실이다. 지난 1년여 준비 기간을 거친 쌀협회가 다른 곳도 아닌 동학농민군의 숨결이 흐르는 전주에서 창립된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쌀 생산 농민들은 정부의 무분별한 수입개방과 저곡가 정책으로 농촌 경제가 몰락하는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농업, 농촌을 지켜 식량주권 수호의 최일선에서 희생을 감수하며 싸워왔다. 쌀을 지키기 위한 농민들의 투쟁은 국가주권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부상한 식량문제를 외세의 부당한 간섭과 침탈로부터 지켜내어 자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투쟁이라는 점에서 120년 전 동학농민군의 ‘척양척왜’ ‘보국안민’의 기치와 맞닿아 있다.

 

지난해 농민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쌀시장 전면개방 조치에 맞선 투쟁에서 쌀 관세 513%, 밥쌀용 쌀수입 의무규정 삭제, 수입쌀과 국내산 쌀의 혼합금지법안 쟁취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식량주권과 농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향후 투쟁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쌀협회는 정부의 도움은커녕 노골적인 견제와 방해공작 속에서 건설되었다. 쌀 협회에 참여한 농민들은 정부의 지원이나 바라고 관공서 주위를 기웃거리는 관제화된 농민들이 아니다. 쌀협회는 정부로부터 외면당하고 농민층 내에서도 소외받는 중소규모 쌀 농가까지 포괄하고 있다. 이는 쌀협회가 쌀 생산 농민들의 명실상부한 대표조직으로 발돋움할 탄탄한 기초 위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쌀협회 창립은 쌀 생산 농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넘어 주요 농산물의 자주적품목조직 건설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는 농민 전체의 경제적 공동이익과 사회적 지위향상, 나아가 식량주권을 지켜내고 민족의 염원인 통일시대, 통일농업 실현으로 가는 길에서 크나큰 발자국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