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이라곤 노동력뿐인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은 곧 노동자값이다. 

가진 것이라곤 농산물뿐인 농민들에게 농산물 최저가격은 곧 농민값이다. 

농산물 가격폭락 사태가 농촌을 휩쓸고 있는데 박근혜 정부는 농산물 최저가격을 3년간 동결했다.

1년간 혹은 수개월간 공들여 수확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기는커녕 본전조차 건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농민들은 파산할 수밖에 없다. 

곧바로 파산하지 않고 근근히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 신기할 정도.. 농민들은 서서히 말라죽어가면서 자신의 등골을 빼서 연명하고 있다.  


오늘날 가격문제는 농업농민 문제의 핵심이 되었는데 그 근본에는 정부의 '저곡가 정책'과 '개방농정'이 있다. 

저곡가 정책과 개방농정은 양날의 칼이다. 

값싸게 들어오는 외국 농산물 없이 지속적인 저곡가 정책을 펼 수는 없다. 

역대 정권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시장을 개방하고 농산물 가격을 낮추는 가장 강력한 지렛대로 값싼 외국농산물을 활용해왔다. 

외국 농산물은 국내 농산물 시장을 점유하고 한국 농민들을 시장에서 몰아내고 있다. 

그 결과 한국농업과 농민은 상시적이고 구조화된 농산물 가격폭락 사태에 직면하였고 연간 20만명에 달하는 농민들이 지속적으로 파산하거나 농업을 포기하고 있으며, 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세계 최하위권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근본 방도는 개방농정을 철폐하고 농정의 기본틀을 다시 세우는 데 있다.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도의 전면적 개혁과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이 절실하다.  





[사설] 노동자 최저임금과 농산물 최저가격


민중의 소리



최저임금은 국가가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그 이상의 임금 지급을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다. 이를 위반하면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한다.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자는데 목적이 있다.


농산물 최저가격은 농산물 가격이 폭락했을 때 이러저러한 정부 대책을 발동하기 위한 기준가격이다. 가격폭락으로부터 농민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농산물을 팔아 삶을 영위하는 농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보장제도인 셈이다.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제도가 있다면 농민들에게는 농산물 최저가격 제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이를테면 그렇다는 것이다”는 수준일 뿐이다. 최저임금이 극히 일부분을 제외한 모든 노동에 적용되고,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대다수 사용자를 예외 없이 구속하는 반면 농산물 최저가격 제도는 수많은 농산물 품목 중에 단 7개 품목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시행되고 있을 따름이며 이조차도 15% 미만의 계약재배 농가에 해당될 뿐이다.


그런데 지난 3월 농식품부는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를 열어 농산물 최저가격을 모두 동결하고 최저가격 갱신주기를 3년으로 못박았다. 향후 3년간 최저가격을 동결한 셈이다. 농민들의 근본적 제도개선 요구를 수용하기는커녕 무자비한 개악을 단행한 셈이다. 최저임금이 2000년대 들어 매년 인상되어 왔으며 박근혜 정부조차도 대폭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극적으로 대조된다.


사실 농산물 최저가격 제도는 시행초기부터 유명무실했다. 극히 한정된 품목, 터무니없는 최저가격 설정, 형편없이 낮은 계약재배율 등은 이 제도의 근본적 한계를 보여준다. 이런 형편에서 농산물 최저가격 3년간 동결이라는 정부의 처사는 기득권층의 눈에는 농민의 삶이 보이지 않는구나라는 탄식을 자아내게 한다.


지금 우리 농촌은 ‘농민도 사람이다’는 절규에 직면해 있다. 양적으로 축소되고 질적으로 피폐해진 농업과 농민의 절규는 정부의 의도적인 외면과 많은 사회적 이슈에 파묻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은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농산물 최저가격을 3년씩이나 동결해 놓고 우리의 먹을 거리가 제대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기자회견문]


농산물 최저가격 현실화 쟁취를 위한

농민투쟁을 선포한다.


 

농산물 최저가격은 농산물 가격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최소한의 제도이다.

가격이 폭락했을 때 계약재배 농가를 지원하는 근거가 되며, 농산물 수급안정대책(주의, 경계, 심각)의 기준가격의 역할을 해 온 것이다.

 

그러나 최저가격 제도는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

농안법에 근거해 98년부터 시행되어 왔지만 근본적 한계를 가지고 시작되었고, 시행과정에서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째, 최저가격이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실감하고 있는 생산비에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정부 스스로 발표한 생산비의 50%도 되지 않는 가격을 최저가격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둘째, 해당 품목이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저가격제도는 7개 품목으로 한정되어 있어, 가격 등락에 따른 쏠림현상을 조장하는 부작용마저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셋째, 계약재배율이 형편없이 낮기 때문이다.

최저가격제도는 우선적으로 계약재배를 농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계약재배율은 정부와 농협의 ‘50% 달성’ 공언과 달리 아직까지 15%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3가지 이유로 인해 최저가격 제도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농민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정부의 농산물 수급정책도 맴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제도를 개선하기는 커녕 오히려 개악하고 말았다.

3월 13일 농식품부는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를 열어 최저가격 개정주기를 3년으로 하면서 올해 최저가격을 동결한 것이다.

다연발 FTA와 농산물 가격폭락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최저가격마저 동결한 것은 농민 생존을 포기한 것으로 농민에 대한 인권유린 행위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농민들은 분개하고 투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3월 해남군농민대회를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최저가격 동결철회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전농은 최저가격 동결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농민들의 투쟁으로 생산비가 보장된 최저가격을 쟁취할 것이다.

4월부터 지역별 투쟁선포식과 서명운동, 이장단 탄원등 낮은 단계부터 시작해서 대규모 농민대회로 발전 시켜 나갈 것이며, 최저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범농업계 대책기구를 구성하여 투쟁해 나갈 것이다. 또한 최저가격이 동결되어도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국회에 대해서도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 농민도 사람이다. 최저가격 동결을 철회하라!

· 생산비가 보장되는 최저가격으로 인상하라!

· 최저가격 동결한 박근혜정부 규탄한다!

· 말로만 민생, 농민 생존 외면하는 국회는 각성하라!

 


2015년 4월 3일

전국농민회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