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1월 13일 여의도 30만 농민대회




[사설] 10만 대회를 준비하는 농민들의 결의



민중의 소리


농민들이 11월 10만 농민대회를 결의했다. 이는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전국농민회총연맹 중앙위원회에서 결정되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 결정은 ‘농업회생과 식량주권 사수’, ‘정권교체’를 전면에 내걸고 이를 농민들의 총단결 총투쟁으로 돌파해내겠다는 확고한 결의를 밝힌 것이다.


WTO 출범 20년 한국은 전세계 40여개 나라와 FTA를 맺고 쌀을 전면 개방했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TPP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무차별적인 개방농정이 최고조에 이른 지금 한국농업은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도시 소비자들까지 나서 ‘우리농업 지키기 10만 소비자대회’ 개최(10월)를 선언하는 등 농업을 지켜내야 한다는 국민의식을 날로 확산시키고 있다. 11월 10만 농민대회는 농업회생과 식량주권 수호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내기 위한 것이다.


세상 어느 누구도 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제아무리 산업화되었다 하나 농업농촌 없는 한국사회를 상상할 수 없다. 농업은 여전히 나라의 식량창고이며 농민은 한국사회 발전의 강력한 중심동력이다. 노동이 대접받고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열어 가는데 있어 농민들의 정치적 각성과 투쟁력 회복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11월 10만 농민대회는 노동자 총파업 투쟁과 더불어 정권교체를 향한 민중투쟁의 분출을 예고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200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30만 농민대회를 성사시킨 저력과 경험이 있는 한국 농민운동의 명실상부한 대표조직이다. 지난 10여년 많은 것이 변화하였다. 농촌사회의 급속한 고령화와 가속화되는 농가경제 파탄은 농민운동의 커다란 난관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커다란 어려움은 “뭘 해도 되는 게 없다”는 농촌사회에 만연한 체념과 절망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하지만 억압이 있는 곳에 투쟁이 있는 것처럼 체념을 분노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내는 것이야말로 농민운동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11월 10만 농민대회는 한국농업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자 함이다.


노동자 임금이 최소한의 생계비는 보장받아야 되듯이 농산물 가격은 최소한의 생산원가, 생산비는 보장되어야 마땅하다. 이는 노동자 농민의 최소한의 생존권적 요구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농산물 가격폭락 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가격보장은커녕 생산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농산물 최저가격조차 3년간 동결해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11월 10만 농민대회는 박근혜 정권에 대한 일말의 기대조차 남아있지 않은 오직 투쟁만이 살길이라는 농민들의 분노를 농산물 가격보장과 식량주권 사수, 부패무능정권 교체의 함성으로 모아내 삼천리 방방골골을 진감케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