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쌀용 쌀 수입 입찰공고가 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센터) 국영무역 공고 '2015 TRQ 쌀(5차) 구매입찰 공고' 구매품목 가운데 '중립종 멥쌀 1만톤'이 포함되어 있다. 

TRQ(저율관세수입물량)[각주:1]는 과거의 MMA(최소시장접근물량)[각주:2]가 쌀시장 전면개방 조치에 따라 전환된 것으로 우리나라는 쌀 408,700톤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며 이는 국영무역의 대상이다.  

문제는 현미, 쇄미 형태로 수입하는 가공용 쌀에 '멥쌀'이라는 이름의 밥쌀용 쌀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2015 TRQ 쌀(5차) 구매입찰 공고


MMA라는 이름으로 쌀을 수입해오던 시기 우리나라는 전체 수입량의 30% 이상을 가공용이 아닌 밥쌀용으로 들여와야 했다. 

지난해에는 전체 수입량의 41%에 달하는 17만톤이 밥쌀용이었다. 

'의무 속에 또 하나의 의무', 이중 족쇄 속에 우리쌀과 농민은 철저히 유린당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 쌀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면서 밥쌀용 쌀 수입에 관한 의무가 사라졌다. 

그간 밥쌀용 수입쌀이 시중에 유통되면서 국내 쌀값을 떨어뜨린 주된 요인으로 작용해온 것을 감안하면 밥쌀용 쌀 수입 의무조항 삭제는 농민들에게 그나마 유일한 위안거리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버젓이 밥쌀용 쌀 수입을 공고하고 나섰다. 

사실상 이는 정부가 밥쌀용 쌀 수입 예산을 편성하고 이를 기어이 관철시킬 때부터 예견(밥쌀용 쌀 수입과 관세율 이면합의의 음모)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농과 쌀협회 등 주요 농민단체는 올해 쌀투쟁의 주요 목표를 밥쌀용 쌀 수입을 실질적으로 막아내는 것으로 삼고 있다. 


■ 정부의 도발과 농민의 대응


최근의 쌀값 하락의 원인을 "지난해 풍년으로 우리 쌀이 남아돌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정부가 밥쌀용 쌀을 들여와 시중에 풀겠다?

이는 농민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자 스스로에게 폭탄을 던지는 자폭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여러 꼼수를 쓰며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밥쌀용이라는 용여 대신 '시판용'[각주:3]이라 하겠다는 것, 시판용이라는 약간은 물탄 듯한 말로 국민들의 눈을 흐릿하게 하려 하지만 그렇다고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5차공고를 포함에서 총 313,000톤에 대한 입찰이 진행되었거나 진행될 예정이다. 

이 중 1만톤이 밥쌀용(시판용)이며 5차에서 처음 공고되었다.
예년의 경우를 적용하면 남은 잔여물량 10만여톤은 거의 대부분 밥쌀용 쌀을 수입하는 것으로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 이제 싸움이 시작되었다. 정부의 정신나간 짓거리와 음흉한 꼼수를 초장에 폭로하고 짓부셔버려야 한다. 

어제 전농이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오늘 투쟁에 나선다. 



밥쌀용 쌀 수입은 정부가 정신줄을 놓은 행위다.
WTO쌀 협상 이면합의, 쌀값 폭락 부채질하는 밥쌀용 쌀 수입은 중단되어야 한다.


바쁜 농사철을 이용하여 밥쌀용 쌀 수입을 감행할 것이라는 농민들의 예측은 적중했다.

정부는 5월 8일(금)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밥쌀용 쌀 1만 톤 수입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밥쌀용 쌀 입찰공고는 쌀 관세화 이후 첫 발표로써 정부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밥쌀용 쌀 수입을 강행하겠다는 선언이다.

밥쌀용 쌀 수입 중단은 WTO규정에 어긋나지 않을 뿐 아니라 2015년부터 쌀 관세화 전환으로 생긴 정당한 우리의 권리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MMA물량 중 30%를 밥쌀용으로 들여왔다. 이는 국내 쌀값 하락을 주도했고, 혼합미 부정유통의 주 원인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작년 11월 국회에서도 밥쌀용 수입예산 항목을 삭제하면서 수입중단을 촉구했고, 농식품부는 최대한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더구나 올해는 작년 풍년으로 인해 쌀값 폭락현상이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 말대로 우리쌀도 넘쳐나 처치 곤란인데 밥쌀용 쌀을 사들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부가 밥쌀용 쌀 수입을 고집하는 이유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WTO쌀협상에서 이면합의가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TPP가입을 위해 미리부터 미국에 조공을 바치는 꼴이다.

WTO규정과 국내 쌀 수급상황을 보더라도 밥쌀용 쌀 수입은 명분이 전혀 없다.
정부는 밥쌀용 쌀 수입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며 만약 강행한다면 농번기를 활용하여 농민들의 반발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2015년 5월 11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김영호



  1. TRQ란 일정 물량에는 저율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이중관세제도의 하나다. 가령 참깨의 저율관세는 40%지만, 올해 TRQ물량 7만5,000t을 넘어서면 그 다음부터 들어오는 참깨의 관세는 630%로 껑충 뛰게 된다. [본문으로]
  2. 기준년도 수입이 국내 소비량 3% 미만인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화 적용 초기년도(1995년) 3%에서 최종년도(2004년) 5%까지 매년 균등 증량하여 시장접근을 보장. 단, 쌀의 경우 ‘04년 WTO 쌀 협상 결과에 의거 ’05년에는 국내 소비량 4.4%에서 ‘14년 7.96%까지 의무적으로 수입 [본문으로]
  3. 시판용 수입미곡 공매입찰유의서 개정(안) 명칭 변경 ❍ (현행) 밥쌀용 수입미곡 공매입찰유의서 ❍ (개정) 시판용 수입미곡 공매입찰유의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