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을 출발한 우리누리호는 저동항으로 들어갔다. 

기록을 더듬어 햇수를 헤아리니 5년 만이다. 

첫 방문에서 받았던 감동의 기억이 너무도 선연하여 사뭇 가슴이 뛴다. 

이번에도 성인봉을 오른 후 나리분지로 내려가 하룻밤을 보내는 것으로 울릉도 일정을 시작한다. 

점심을 먹는 사이 애, 어른, 아녀자 할 것 없이 성인봉 산행에 함께 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서둘러 점심을 해결하고 KBS 중계소 위쪽 산행 기점으로 간다. 

택시비 1만 원. 

 

 

3시 반, 시원스레 펼쳐진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산행을 시작한다. 

비좁은 협곡에 자리 잡은 도동 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폭염에 신음하는 본토와 달리 울릉도는 섭씨 30도를 넘지 않는다. 

산에 드니 서늘한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오고 숲 바닥을 차지한 양치식물이 발산하는 청량감이 상쾌하기 이를 데 없다. 

원시림 우거진 숲길은 팔 토시니 모자니 거추장스러운 것들 다 벗어던져버리고 자연과 하나 돼라 이른다. 

보는 눈만 없다면 홀랑홀랑 다 벗어던지고 맨몸뚱이 하나로 할랑할랑 걷고 싶은 길이 이어진다. 

 

 

숲 바닥이 일색고사리로 일색화 되었다. 

 

 

저동항이 내려다보이는 팔각정, 성인봉이 얼마 남지 않았다. 

 

 

 

 

능선에 불던 바람

 

성인봉(984m)

 

 

성인봉에서의 조망은 과히 좋지 않다. 

정상 표지석 아래 나리분지 방향으로 살짝 내려서면 시야가 시원스레 열리는 조망터가 있다. 

하늘을 찌를 듯 기세 등등한 송곳산으로 이어지는 야성적인 산줄기가 인상적이다. 

 

 

성주회 23번째 여름 야유회, 성주회는 고향땅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언저리에서 농사꾼, 장사꾼, 공무원 등으로 살고 있는 친구들 모임이다. 

그간 사라진 친구도 있고, 달아난 친구도 있고, 이번 모임에 참가하지 못한 친구도 있고..

빨리 내려가자는 성화에 숨 돌릴 새도 없이 나리분지로 향하는 내리막길을 잡아 나선다. 

나리분지 가는 길은 무지막지한 나무계단의 연속, 내 평생 나리분지에서 성인봉을 오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재삼 다짐한다. 

 

 

알봉 분지, 사진 중간쯤 봉긋봉긋한 봉우리가 알봉이다.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라 일컬어지는 나리분지

 

 

 

무수한 나무계단을 내려와 발바닥에 불이 날 즈음 약수터 신령수에 당도한다. 

신령수 옆 탁족 시설, 발을 오래 담글 수 없을 정도로 물이 차다. 

산행으로 인한 피로를 말끔히 털고 완만한 숲길을 할랑할랑 걸어내려가면 어느덧 나리분지에 가 닿게 된다. 

 

 

 

 

 

 

나리분지에 당도한 시각 7시 반, 성인봉에서 서둘러 내려온 탓에 약 네 시간이 걸렸다. 

하늘을 바라보고 누운 거대한 와불이 나리분지를 포근히 감싸고 있다.  

 

2010/10/04 성인봉을 오르다 - 도동항에서 성인봉 거쳐 나리분지까지.

 

 

성인봉.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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