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조선낫의 세상살이

작년 여름 떠내고 이르면 올 봄 다시 떠낼 수 있겠다 싶었던 잔디를 이제서야 출하한다. 
일찍 차오른 밭부터 순차적으로 떠내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군데 잔디밭을 일거에 비우게 되었다. 
올 여름 극심한 가뭄과 폭염 속에 잔디나 나나 고생 깨나 했다. 
잔디가 시커멓게 타고 베베 꼬일때면 내 가슴도 시커멓게 타들어갔고 그만큼 잔디는 더디게 차올랐다. 
어느 순간 풀밭이 되었다가 다시 감쪽같이 잔디밭이 되기를 몇차례, 호맹이질도 많이 했고 제초제도 여러차례 살포했다.
그랬던 잔디밭이 휑하니 비고 나니 시원하면서도 가슴 한켠이 쓸쓸해진다.
바야흐로 때는 가을이 아닌가..

나 없는 사이 재단사가 다녀갔다.
이른 아침 마지막 머리 단장을 해주러 나왔으나 이슬이 채여 여의치 않다.



뗏장을 땅에서 분리한다.
잔디를 뜨는 양이 마치 재봉사가 재봉틀을 돌리는 듯하다.
이번 출하는 '큰장'으로 한다.
잔디는 골프장으로 간다 했다.
사실 잔디 농사는 어따 자랑스럽게 내놓을 만한 농사가 못된다.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곡식이 아닌데다 주요 소비처가 골프장이다.  
분별없이 늘어가는 골프장에 금수강산 골프장이 다 먹어치우겠다고 분개하면서 골프장에 기대여 농사짓는 모순이라니..
애시당초 그걸 고려해서 시작한 농사는 아니지만 꺼림직한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디 농사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죽 떠먹는 농사라는 데 있다. 
떠내면 차고 떠내면 차고..

재봉사가 지나간 자리에 일군의 장정들이 나타나 잔디를 깔판 위에 올린다. 
일꾼들 중에 조선말을 하는 사람은 한사람 뿐이다. 
일은 열심히들 잘 한다. 



이번에는 지게팔이 달린 대형 기계가 등장했다.
굵은 바퀴를 달고 종횡무진 순식간에 상차를 완료한다.
거 참.. 일 쉽게 하는 군..

지난해에 비하면 가격이 좋다.
거의 배 가격..
구체적으로 얼마인지는 아직 묻지 않았다.
부지런히 땀 쏟아 내년에도 꼭 떠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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