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해 구경, 결과는 눈 구경. 
이 짝으로 가야 한다 싶었는데 잘못짚었다. 
그래도 뭐 귀한 눈 봤으니, 해는 또 뜨는 것이고..

먼 길 달려 좋은 술 먹고 새벽길 헤쳐 산을 오른다. 
운두령, 무엇인가 어둠 속에서 칼바람과 맞서고 있다. 
거대한 바람개비, 소리가 쎄다.
분분이 눈발이 날린다. 

 
 

정상까지 십리길, 날이 밝아온다. 
온통 하얗다. 눈이 부시게..

정상, 정시에 도착했다. 
국립공원 직원들이 같이 찍자 한다.
강원일보에 실린다네. 
나는 사진을 찍었다. 

 

해를 기다린다.
거짓말같이 운무가 걷히길 기대한다. 
바람이 씽씽, 걷힐 듯 말 듯, 애를 태운다. 
창졸간에 해가 나왔다 사라진다.
입맛이나 다시라는 듯..
얼마나 기다렸을까?
에잇! 해고 지랄이고.. 
얼어버린 몸이 나무토막 같다.
삐그덕 삐그덕..

 
 
 

감기의 영험인가? 하산길이 힘들다. 
산은 산 보는 재민데 통 보이질 않는다. 
눈이 있어 다행이다. 

다 내려왔다.
씽씽 돌아가는 바람개비..
장엄한 해돋이를 기대했건만,
해는 바뀌었으되 나는 바뀐 해를 만끽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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