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다 오른 바래봉
겨우내 눈 기다리다 눈 빠지겄다.
아직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나 내 사는 곳에 눈이 안 오니 눈 내린 곳으로 내가 간다.
아뿔싸 늦잠을 자고 말았네. 6시로 맞촤논 알람 소리는 듣도 못했다.
팔랑 마을, 나는 오늘 바래봉으로 간다.
사진기 밧데리를 빼놓고 왔다. 사람으로 치면 심장이라..
하나가 더 있을 텐데.. 차속을 발칵 뒤집어도 없다. 공연한 시간낭비, 8시 다 되어간다.
정읍까지 시간 반 잡고 12시까지는 내려와야 한다.
산을 오른다. 적설량이 많지는 않지만 좋다. 귀한 눈 아닌가.
너무 서댔나? 오늘따라 숨이 좀 가쁘다 싶었다.
그렇다고 속도를 늦출 수는 없었는데..
어느 순간 아 이게 통증이구나 하는 자각이.. 가슴 복판이 답답하고 아프다.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가만히 생각해 본다. 이런 적이 있었나? 없다.
하 이거 홀연히 가는 수가 있겠군.
두 사람 정도의 선등자 발자국, 이 냥반들한테 심각한 민폐를 끼칠 수 있겠다.
챙피할 것도 같고, 혹 테레비 나올까 걱정스럽고ㅋㅋ, 무엇보다 내 몸의 안위가 염려되었다.
능선 2백여 미터 앞에서 퇴각..
산이 하얗게 빛난다.
아침은 빛나라!
내려오는 동안 가벼운 가슴 통증이 두어 차례 밀려왔다 사라진다.
아 내 이런 나이가 됐단 말이제 긍게..
그리 격심하지 않은 통증에도 귀가 기울여지고 마음이 쓰이는..
어즈버 태평 연월이..
날이 눅으니 하얗던 산이 금세 이리되고 말았다.
이 계절이 지금 어디쯤이지?
내 다시 오리라. 진달래 피고 새 우는 날..
지리산은 말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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