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가뭄보다 보름 장마가 더 징허다는데..

장마가 너무 길다. 

비는 내리고 몸은 무겁다. 

그래! 진노랑상사화, 때는 지금이다. 

 

내 몇 해 전 산길을 걷다 우연히 진노랑상사화 자생지를 발견했더랬지.

목책과 전기 철책으로 심하게 보호받고 있는, 꽃은 지고 없었고..

그 후로 매년 와보곤 했지만 늘 때를 놓쳤더랬다. 

 

 

보호구역을 벗어나 홀로 핀 독립된 개체들을 본다. 

새로운 영토 개척을 기원 하노라. 

 

보호구역 전기 철책 너머..

 

이뻐라..

 

 

계곡을 거슬러 원적암 입구에 이른다. 
여기부터 불계인 건가? 분위기 좋고.. 

 

 상사화

그냥 상사화가 낯선 손을 반긴다. 

 

내장산 원적암

고3 겨울방학, 9시간 걸리는 완행열차 타고 정읍역에 내려 새벽 댓바람에 서래 불출봉 거쳐 원적암에 왔더랬지. 

눈은 펄펄 내리고.. 지금 같았으면 아마 대설경보가 너댓 번은 내렸을 법한 제법 큰 눈이었다. 

무서울 게 없을 때였으니.. 더구나 친구가 있었다. 제주도가 고향이었던.. 우리는 여행 중이었지. 

고창 찍고 목포 거쳐 제주까지 가는.. 목포에도 친구가 하나 있었고..

 

그때 그 원적암에서 새랑 놀고 있는 할매 보살을 만났다.

비자나무 열매 손바닥에 올려놓고 새를 부르면 자그마한 녀석들이 와서 물어가고 물어가고.. 

겁나 신기해서 무슨 새냐 물었다. 

'원적새'라 답하며 빙긋이 웃던 그 할매 생각나네. 

아마도 곤줄박이.. 였다. 

절마당 앞 비탈엔 커다란 감나무들이 서 있었어.

하얀 눈을 뒤집어쓴 새빨간 홍시들이 당알 당알 붙어 있었지. 

따 먹어도 된다는 할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허겁지겁 따 먹던 생각이 나네. 

얼마나 배가 고팠던지.. 친구 녀석은 배탈 설사로 고생을 했더랬지.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창시가 꽤 튼튼한 모양이라, 나는 암시랑 안 했다. 

 

아.. 주인 없는 암자에 모기만 들끓는다. 

감나무도 간 데 없고..

보고 잡다 친구야! ㅋㅋㅋ

 

쥔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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