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진안 구간을 지나며 전봉준 장군 큰따님 생각이 났다.

산길을 타고 진안으로 피신해 일가를 이루고 살았다는..

그이가 걸었을 산길이 대부분 호남정맥이 아니었겠는가 생각해왔더랬다. 

허실 삼아 인터넷을 검색하니 그이의 묘소가 진안 부귀면에 있다는 기사가 검색되었다. 

그이의 묘소는 마이산과 모래재의 중간쯤 되는 곳(부귀면 신정리)에 있었다. 

 

 

한 번은 헛걸음, 두 번 걸음만에 찾은 그이의 무덤은 잘 단장된 가족묘의 가장 윗자리에 모셔져 있었다. 

 

 

사진 출처 https://blog.naver.com/sang4323/221504835465

왼쪽이 생전의 전옥례 여사. 오른쪽은 강금례 여사(전봉준 장군 둘째 딸의 딸)

장군의 둘째 따님은 산외면 동곡리에서 살았다. 사진 속 두 분은 생전에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내 보기엔 두 분이 많이 닮았다. 

 

아래는 장군의 큰따님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당시의 정황에 대한 최현식 선생의 구술 기록이다. 

1969년의 일이다. 

 

한 남자가 내게 연락을 취해왔다. 자신의 할머니가 전봉준의 딸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열일을 제쳐두고 그를 찾아갔다. 이름을 이희종이라고 하는 사람인데, 정치권에 일정하게 선을 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당시 정계에서는 상당히 거물로 인정되는 이철승 쪽의 일을 맡아보는 사람으로 도의원을 지낸 경력도 가지고 있었다. “제 할머니께서 전봉준 선생의 큰딸이라고 하는군요."나를 만난 그이는 대뜸 그런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놓았다. "아니 그걸 왜 이제야 말씀하십니까?""할머니께서도 그간 그 사실을 숨겨왔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정읍에서 동학과 관련한 큰 행사가 벌어지고 그 바람에 새로 동학혁명을 조명하기 시작하자 말씀을 하신 게지요. 아이들이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노래를 부르는데 할머니가 녹두장군이 당신 아버님이란 말씀을 하시더란 말이에요. 저도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맞는 것 같더 란 말입니다.”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어 나는 당장 그이와 함께 할머니가 계신다는 진안으로 향했다. 당시 전봉준의 장녀인 전옥례 여사는 나이가 89세였다. 

나는 전옥례 여사로부터 그간의 행적을 직접 듣고 호적을 열람했다. 전옥례 여사는 동학혁명이 끝난 뒤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15세의 나이로 진안에 있는 마이산으로 도피했다. 이름을 김옥련으로 바꾼 전옥례 여사는 금당사(金塘寺)의 공양주로 숨어 살다가 23세에 이 씨 성을 가진 남자와 결혼하여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었다.

이미 눈물이 다 말라버려 울지도 못하고 담담하게 지난날을 술회하는 그녀를 보며 공연히 울적해지고 마음이 소슬해졌다.

호적을 열람해 확인한 결과 그녀의 이야기는 틀림이 없었다. 나는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한편 현재 보존되고 있는 전봉준 고택이 실제로 그녀가 살았던 집인지를 모시고 가서 확인했다. 그녀는 전봉준이 살았던 집이 틀림없다고 증언했다. 현재는 네 칸인 것을 당시 자신들이 살 때는 세 칸이었다고 증언한 것도 모두 그녀였다. 훗날 그곳에 들어와 살았던 사람들이 한 칸을 늘린 것 같다고 그녀는 추측을 덧붙이기도 했다.

전옥례 여사는 이듬해인 1970년 아흔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그녀의 장례식에 참여하면서 나는 그녀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나서 얼마 만에 세상을 하직한 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것만 같아 옷깃을 바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생을 얼마나 많은 회한과 고통, 그리고 고독 속에서 살아왔을지 그 무게가 감히 측량되지 않았다.

나는 깊은 연민과 슬픔에 빠져 한동안 우울한 나날들을 보냈다. 그이가 술회한 전봉준의 나머지 자손들에 대한 행방을 반드시 알아내고 싶었다. 전봉준에게는 2남 2녀가 있었으며, 자신이 장녀라고만 그녀는 술회했다. 갑오년의 농민봉기가 일어난 이후 나머지 형제들에 대해 전혀 소식을 알지 못한 채 세상을 살다 삶을 하직한 것이었다. 

인용 : 최현식과 동학농민혁명사 연구(이 시대의 마지막 동학군 최현식 선생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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