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조선낫의 세상살이

피노리 가는 길, 두 번째 구간을 간다. 
본래 하루 잡아서 끝낼까 했으나 하루 점드락 산에 들어 있기가 민망하여 오전 한나절 가마골 지나 밤재까지 대략 이십 리 길을 갈 요량으로 길을 나섰다. 
겨울답지 않았던 겨울을 지내고 맞는 꽃샘추위가 제법 매섭다. 
지난번 잣방산에서 내려선 곳은 쌍치면 둔전리와 복흥면 석보리 경계 지점이라 보면 되겠다. 
잣방산 산 덩어리를 빙 에둘러온 추령천을 다시 만나 보 위로 물을 건넜더랬다. 
추령천 건너 적당한 지점에서 곧바로 산에 붙는다. 
산 이름은 별도로 없고 성주봉이라는 봉우리 이름만 있더라. 
동네 냥반들한테 물으면 뭔가 산 이름이 있을 듯한데..

성주봉 봉우리 못 미쳐 곳곳에 조망터가 있다. 
오른짝에 잣방산, 외약짝 멀리 추월산이 보인다. 
추령천이 잣방산을 빙 에둘러 흐르다 작은 들판을 빚어 놓았다. 
녹두장군 일행도 적당한 지점을 골라 이 작은 들판을 가로질렀을 것이라 짐작한다. 

 

솔밭길이 사라지고 참나무 숲길로 바뀌어간다. 
이후 밤재에 이르기까지 거의 완전한 참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복흥과 쌍치를 넘나드는 치재로 오르는 도로가 보인다. 
남도로 한참을 내려갔다 추월산 산줄기를 타고 다시 북상하는 호남정맥이 한눈에 잡힌다.
치재 지나 얼마 가지 않으면 호남정맥과 다시 만나게 되겠다. 
지나는 봉우리마다 능선과 봉우리를 차지하고 지키기 위해 구축했을 참호의 흔적, 곳곳에 역력한 트의 흔적들이 즐비하다.  

진달래
치재

호남정맥과 다시 만났다. 
거친 산길이 끝나고 이제 고속도로와 다름없다.  
주전자는 왜 매달아 놨을까?
막걸리라도 좀 채와 놓던가..

 
 

밤재에 이르기 직전까지 호남정맥을 탄다. 

폭주 기관차 같은 추월산 산줄기가 장하게 펼쳐지고..

쌍치 방면

문득 고개를 드니 독수리 떠다니더라.

 
 
셀카

조망 터지지 않는 치재산 정상 지나 유순한 정맥길을 걸어 용추봉, 이제 정맥과 결별할 시간이 되었다.
용추봉에서는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점심 준비를 하고 있더라. 
정맥에서 갈라져 나온 작은 산줄기는 회문산까지 이어진다. 
산줄기 타는 냥반들 '회문단맥'이라 이름 붙인 모양이다. 

염소 방목의 흔적이 능선을 따라 밤재까지 이어진다. 

 

밤재에 내려서니 내내 터지지 않던 잣방산, 백암, 내장 방면 조망이 비로소 터진다. 
사진 복판 힘 좋게 불끈 융기한 산이 잣방산, 그 뒤 오른편 봉우리들이 백암, 내장 연봉이 되겠다. 
백양사에서 여기까지 대략 23km, 꽤 왔다. 
몸을 가볍게 하고 서두른다면 능히 하루 걸음으로 닿을 수 있는 거리다. 
피노리까지 남은 거리는 대략 삼십 리, 점심을 먹고 길을 나서면 어스름 저녁 즈음에 여유 있게 당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하면 녹두장군 일행은 오늘 지나온 산길 어드매쯤에서 하룻밤 고단한 몸을 뉘었을 수 있었겠다 생각한다. 
겨울 산중이라도 의외로 아늑하고 포근한 자리는 있게 마련이고 모닥불이라도 피운다면 서로 간의 체온에 의지해 안온한 밤을 보냈을 수도 있었다고 본다. 

12시 반, 약속한 정확한 시간에 당도했다. 
시간 맞추기 위해 쉼 없이 걸었다. 
마중 나온 구림 사람 오은미 의원의 차량이 반갑기 짝이 없다. 

200314둔전리밤재.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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