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속에서 늙어가는 쇠고기, 국거리용은 미역국 끓여 먹고 불고기용이 남았다. 
추석 때 받은 것이니 해 넘어가기 전에 먹어 치우는 것이 죽어 고기를 남긴 소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헌데 불고기라는 건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으니..

그래 요리가 뭐 별 것이더냐? 
'할 수 있다'는 도전 정신이 중요하다고 본다. 
까짓 것 해보는 거다. 

양념장이 불고기 맛을 좌우할 것이기에 자신의 기호에 따라 그 맛을 상상해가며 양념장을 정성껏 준비한다.
꽁꽁 언 쇠고기 뜨거운 물에 담가놓고 양념장을 만들어 보는디.. 
나는 간장을 고를 때 우리콩으로 만들었는지 소금은 어떤 걸 썼는지 확인한다. 
우리콩 천일염으로 만든 진간장 적당량, 이건 순전히 감이다. 
쇠고기 양을 감안하여 이 정도는 되야겠다는 느낌만큼 간장을 붓고 들기름 적당량, 다진 마늘 한 숟가락, 고춧가루 한 숟가락, 조청 한 숟가락 반, 청양고추 두 개, 대파 적당량, 참깨 촥촥..
양념장이 완성됐다. 

뜨거운 물 갈아가며 고기에 박힌 얼음 완전히 녹인 뒤 물기를 꼭 짰다. 
맞게 한 건지 몰라.. 허여멀건하니 맛대가리 없어 보인다. 
말했지만 요리는 도전이다. 생각대로 하는 것이지 정해진 바가 없다 본다. 

양념장 부어 마구 버물러 맛있어질 시간을 준다. 
괴기가 다시 맛있어 보인다. 

영념장이 좀 적은듯 하여 타지 않겠는가 염려 했으나 자체에서 물기가 좀 나오더라. 
괜한 걱정 했다.  
뒤적이며 충분히 익힌다. 

완성!

간촐한 상에 올려 밥 한 그릇 뚝딱, 참으로 맛있다. 
간장과 고춧가루, 조청과 청양고추 맛이 잘 어우러졌다.
불고기 맛은 양념장이 좌우한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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