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어찌 보면 해저의 산맥이 물 밖으로 높이 치솟은 것이라 하겠다. 
바다 가운데 점점이 떠 있는 자그마한 섬들은 더욱 그러해서 섬 자체가 커다란 산 덩어리로 보이기 일쑤다. 
논 한 뙈기 없는 흑산도도 그렇더라. 
섬을 한 바퀴 돌며 새들을 보자니 길게 늘어선 산줄기와 바위 연봉들이 자꾸만 눈길을 잡아당긴다.  

산이 말을 걸어온다.
니가 안 올라오고 배겨? 

하여 오른다. 
해가 중천에 떠 있다. 
바다 위로 뜨는 해를 보겠다는 간밤의 다짐은 헛된 것이 되고 말았다. 

산줄기가 장엄하게 도열하여 시선을 압도한다. 

석위가 무리 지어 자라고..

신안비비추인가, 흑산도비비추인가? 
육지 것보다 잎사귀가 둥글고 두툼하며 윤기가 반지르하다. 
꽃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댄다. 

저 짝에서 출발해 왔다. 

눈 아래 비리 마을, 바다 건너 대장도와 소장도..
마을 이름 때문에 혹간 다툼이 일기도 한다네. 

 

이런 숲을 난대림이라 하겠지?
우리 집 동백은 피려는 찰나 내린 된서리에 봉오리 째 말라버렸던데..

진리 방면,
섬 안의 저수지는 모두가 식수원이라고..

팥배나무

눈 앞에 펼쳐진 문암산 능선
저 능선까지 타는 것으로 알았으나 다음 기회에 가는 것으로..
오래된 등산로가 있으나 정비하지 않아 희미하고 거칠 것이라 한다. 
오늘 가게 될 칠락봉에 비해 월등히 높다. 거의 배 가량..
다시 흑산에 온다면 저 산을 타기 위해서일 것이다. 

바위가 적당히 어우러져 조망이 툭툭 터지는 유순한 산길을 간다. 

저기서 왔단 말이지..

문암산이 계속 눈길을 잡아 끈다. 

멀꿀

몹시 달고 맛있다는데..

족제비 똥, 흑산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다 한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아름다운 그 여인도 아닌데..

 
칠락봉에서..
보춘화
예리 방면
겨울 딸기

겨울에 익는다고..
겨울에 딸기를 따다 부모 공양했다는 그 옛날 효자 이야기가 허망한 빈 말은 아니라고..

숲길이 끝나간다. 

아쉬운 술잔을 뒤로하고..

우리는 흑산을 떠났던 것이다. 
내 인생이 순탄하게만 풀렸다면 어딘가 섬마을에서 선생질을 했을 터인데..

해애애당화 피고 지이는 서어엄마아으으으을에
처얼새 따아라아 차아자아아온 구우우거어 서언새애애앵님~

 

210502 흑산(마리재-샘골).gpx
0.07MB

 

'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0) 2021.12.20
입암산 달맞이  (0) 2021.09.23
함양 백운산  (0) 2021.04.19
지리산 천왕봉  (0) 2021.03.04
삼정산에서 지리를 보다.  (0) 2021.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