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든다. 
꽃이 지고 있었다. 
다른 꽃이 또 피겄지,
그렇게 봄이 가겄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산길은 고역을 동반한다. 
그래야 알 수 있지, 
가슴이 빠개지도록 사무치는 강산을..

 

어느덧 능선에 서면,
가슴 열리고 걸음 가벼워지고..

피어나던 진달래가 된서리를 맞고 시날고날..

 

산을 오르면서 수거한 다종의 탄피들,
우리 산하에는 얼마나 많은 탄피들이 쌓여 있는 걸까?
썩어 거름도 못 되는 것들..

GRENADE, 수류탄이라 쓰인 거라네. 

 

저기 멀리 지리 주릉,
골골이 쌓인 사연 가슴마다 맺힌 원한들을 어찌 다 풀 것인가? 
백운산 상봉에 흐르던 노 투사의 뜨거운 눈물이 산과 들을 적신다. 
미제를 몰아내고 통일을 이뤄내자고..

 

보고 또 봐도 자꾸만 또 보게 된다. 

멧돼지가 잠자리를 마련할 만한 자리. 여기는 필시 초병의 전호.
산을 파고드는 적정을 살피던..

 

뒤로 걷는 사람들, 물팍이 아프신 게다. 

천왕봉은 마지막까지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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