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이 4박 5일이 되었다. 
울릉도에서 처음 맞는 마지막 일출을 보기 위해 숙소를 나선다. 

 
 
 
 
 
수천 년 묵은 잠에서 깨어나는 괴수를 떠올렸다. 

때 맞춰 일출 보겠다고 부지런히 걷고, 북저바위와 각을 맞추느라 왔다 갔다 했다. 
아침을 먹는다. 어디서 무엇을 먹을까를 두고 고민하다 찾아간 집에서 우리는 이틀 후 확진자가 될 손님하고 함께 밥을 먹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주일이나 지난 후에 알게 될 일이고, 밥은 잘 먹었다. 
2박 3일이 4박 5일이 되고 일주일 후에 다시 일주일 휴가, 참으로 호화찬란한 여름 뒤끝이로다. 

시간이 남는다.
우리는 관해정 후박나무 그늘 아래 앉아 오래도록 쉬었다. 

 
 

앉아 쉬자니 흑비둘기들이 한두 마리가 아니다. 처음에는 안 보이던 녀석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후박나무 열매는 녀석들의 주식이나 다름없으니..

 
 

흑비둘기만이 아니다. 그토록 곁을 주지 않던 청띠제비나비들도 나풀나풀 날아다니며 사진기 속으로 쏙쏙 잘도 들어온다. 
청띠제비나비는 후박나무잎에 알을 낳는다. 애벌레들은 후박나무잎을 먹고 자라 번데기가 되어 월동하고, 이듬해 오뉴월 나비로 다시 태어난다. 그러니 녀석들은 알을 낳느라 이토록 분주히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말이 실감 난다. 시원한 그늘에, 열매에, 이파리까지..

드디어 출항이다. 잘 있으라 울릉도~

울릉도와 독도에는 깍새(슴새)가 참으로 많았다 한다.
먹을 것 없을 때는 잡아먹기도 했다고..
깍새들은 바닷가 바위 절벽 높은 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런 절벽 위 농사짓고 살 만한 우묵한 평지를 깍개등이라 하더라. 
울릉도를 돌다 보면 먼발치이긴 하지만 그런 집들과 손바닥 만한 농경지를 곳곳에서 보게 된다. 
아무튼 그런 깍새를 울릉도에서는 한 마리도 보지 못하고 포항이 가까워진 약간은 먼바다에서 만났다. 
간혹 스쳐가는 녀석들 중 한 마리가 용케도 사진기에 들어왔다. 
잘 가라고 배웅 나온 건 아니겄지?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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