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울릉도 곳곳에서 박정희와 대면했다. 어떻게든 박정희와 엮어 '기승전 박정희'를 위해 애쓴 흔적들과 도처에서 맞닥뜨렸던 것이다. 

울릉군수 옛 관사

 
여기가 무슨 궁정동 안가도 아니고..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이듬해 10월 울릉도를 방문한다.  
아직 대통령이 되기 전  그무슨 국가재건 최고회의 의장이었던 시절이지만 대통령이나 의장이나 뭐가 달랐겠는가? 
울릉도로서는 감지덕지할 일이었을 것이고, 박정희는 돌아간 후 울릉도 종합개발계획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그 후 울릉도는 70년대 초반 오징어 잡이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되었으니 그것이 딱히 박정희의 공이라 할 바는 아니지만  그락저락 울릉도 근대화의 은인으로 기억될 만도 하다. 
그렇다 하나 일제 강점기 식민 관료의 관사로 쓰이던 건물 그대로 일식 요정 냄새 풍겨가며 박정희 개인을 숭배하는 공간으로 꾸려놓은 것은 마땅치 못하다고 본다. 

안용복 기념관과 독도 의용수비대 기념관

 

[논설위원의 단도직입]'미군 독도 폭격 사건'을 아시나요?...“73년간 묻혀 있는 억울한 넋"

‘미군 독도 폭격사건’은 미 군정기이던 1948년 6월8일 낮 12시쯤 주일 미군 B29 폭격기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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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복 기념관과 독도 의용수비대 기념관은 석포 독도 전망대와 같은 자리에 있다. 
안용복 기념관에 들어서면 '국토수호 기공불멸'이라는 대형 휘호를 보게 된다.
누구의 글씨인지 알 수 없었으나 이 휘호와 관련된 정성스러운 해설이 있다. 박정희 것이라는..

기념관은 미군의 독도 폭격 사건이 우리 영토임을 입증하는 것이라 말한다. 미국도 인정했다는 것이다. 덧붙여 폭격 사건은 미 군정의 배상으로 원만히 해결된 것처럼 얼버무려 놓았다.
하지만 진실은 따로 있었다.
첨부한 경향신문 논설 기사를 꼭 읽어보시라. 

독도 의용수비대 기념관에서 또다시 박정희와 대면한다. 독도 의용 수비대원들에 대한 박정희의 훈장 수여 사진이 전시의 대미를 장식한다. 의용대원들이 마치 박정희를 위해 충성을 다한 것으로 보여지게 한다. 

울릉도 간첩단 사건

울릉도 1974, 긴급조치 시대가 만들어낸 울릉도간첩단사건 이야기

울릉도 도처에서 박정희와 맞닥뜨리다 보니 울릉도 간첩단 사건이 떠올랐더랬다. 
돌아와 이 책을 구입했다.  
이 책은 울릉도 간첩단 사건으로 희생당한 당사자들의 피와 눈물의 기록이다. 

북괴의 지령을 받고 10여 년간 지하에서 간첩활동을 한 울릉도를 거점으로 한 간첩망 일당 47명을 검거했다.... 일당은 울릉도를 거점으로 서울, 대구, 부산 등 도시와 전북 일대의 농어촌을 무대로 암약해 왔다. 
- 1974년 3월 15일 '울릉도 간첩단 사건'
   중앙정보부 발표

때는 1974년, 유신정권이 1973년 말부터 거세게 일어난 개헌청원운동을 막기 위해 긴급조치 1호와 2호를 선포한 직후였다. 
박정희는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울릉도 간첩단 사건을 날조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도 학생시위가 잦아들지 않자 민청학련, 인혁당 사건을 잇따라 터뜨리며 탄압의 강도를 높여갔다. 
울릉도 간첩단 사건은 가혹한 고문과 이에 따른 자백만으로 사건이 구성되었다. 자백도 증거로 인정하던 유신헌법에 따른 것이다. 박정희는 이 사건으로 무고한 울릉도 주민들을 살해(사형집행 3명)하고 20년 가깝게 장기 구금하였으며, 그 가족들조차 빨갱이로 색칠하여 울릉도에서 내쫓았다.
이 사건에는 엉뚱하게도 전북지역 고창, 부안, 진안 등의 농업계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전국적 대규모 간첩망이라는 그림을 위한 희생양이었다.  

 "수사기관에서 불법 구금돼 고문과 가혹행위로 인한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는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

울릉도 간첩단 사건은 41년 만인 2015년 재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울릉도 근대화의 은인으로 포장된 박정희, 그 이면에 도사린 박정희의 진짜 얼굴, 권력 유지를 위해 울릉도와 울릉도 주민을 가혹한 희생양으로 삼았던 피비린내 나는 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울릉도 1974」 울릉도 여행을 계획하시는 모든 분들께 권한다. 
갔다 와서 읽지 마시고 가기 전에 보시라, 꼭..

이 사진을 미련 없이 떼어낼 수 있는 울릉도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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