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9월 초이틀 여덟물, 지난번 사리 때보다 물이 높다.
물을 텀벙거리며 갯등에 들어간다. 
갯등은 좁아졌지만 새들이 줄어들어 자그마한 갯등이 황량해 보일 지경이다. 
막차 탄 녀석들이라서일까? 이리저리 날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나도 정신이 없다. 
배터리 잔량 18%에 메모리 카드도 없는 카메라를 메고 들어왔다. 
다행히 배낭 속에 여분의 카드가 있다. 
달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넓적부리도요를 찾는다. 
온몸이 새하얗게 보이는 깔끔한 세가락도요 무리를 주시한다. 
녀석들은 주로 파도의 끝자락에서 파도와 노닐며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언뜻 넓적부리도요가 눈에 들어왔지만 쌍안경을 떼고 카메라를 들면 사라진다. 
녀석의 위치를 추적하고 지형지물을 파악하고, 그러는 동안에도 녀석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배터리 없는 카메라를 난사하지도 못하고 찍은 사진 확인하지도 못하고..
거리를 좀 좁혔다 하는 순간 휘리릭 날아가 버리는 녀석들, 야속하기 짝이 없다. 
내가 녀석을 보기는 했는지, 헛것을 보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물이 빠지고 새들은 흩어지고 나도 갯등에서 빠져나온다. 

얼마 되지 않는 사진 속에 녀석이 있다. 내가 헛것을 본 것은 아니로구나. 
별 사진 찍는다고 잔뜩 올려놓은 감도 그대로 상태가 썩 좋지 못한 사진이지만 독특한 부리의 넓적부리도요가 들어 있다. 
오리너구리 같은 녀석.. 반갑다 넓적부리도요, 생존해 줘서 고맙다. 
지난 몇 년간 간간이 너를 찾았건만 보지 못했다. 7년 만이로구나. 
혼자라서 외로워 보인다. 좋은 짝 만나 새끼 많이 낳고 잘 살아남아라. 
또 보자꾸나.. 오래오래~~

그런데 사람들은 네가 쉬어가는 여기에 또 무슨 다리를 놓는다고 난리로구나. 
노을대교인지 부창대교인지.. 서로 자기가 하는 거라고 현수막을 걸고 난리가 아니다. 
너의 생존에는 또 다른 위협이 될 것이 빤한데 나는 그저 지켜만 보고 있다. 
그러면서 또 보자 하니.. 미안하다 넓적부리도요.

 

넓적부리도요(Spoon-billed Sandpiper)와 친숙해지기

한번 보고 두번 보고.. 이제 넓적부리도요는 있기만 하면 반드시 찾아낼 수 있겠다. 만조가 되었을 때 도요새들이 무리를 지어 쉬는 공간에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들어간다. 조용히 그리고 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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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적부리도요(Spoon-billed Sandpiper)

분포와 서식지

러시아 캄차카 반도와 추코츠크 반도 연안에서 번식한다. 5월 말에서 6월 초에 러시아에 도달한 뒤 민물 호수 인근의 풀밭에서 6~7월에 번식한다. 
19~23일 만에 부화하며, 태어난 뒤 바로 스스로 먹이를 먹는다. 새끼들은 주로 아비 새가 돌보고, 어미 새는 거의 부화 직후 바로 남쪽으로 떠난다. 약 20일이 지난 뒤 어린 새들은 아비 새로부터 독립한다.
북한, 한국, 일본과 중국의 태평양 연안을 따라 남으로 약 8000㎞를 이동하며, 인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와 미얀마, 태국,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 반도와 같은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에서 월동한다.

현 상황

전 세계에 1천 마리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나이절 클라크 영국 조류 트러스트 조류학자 등은 과학저널 <오릭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 ‘위급종 넓적부리도요의 세계 개체수에 대한 첫 공식 추정’에서 2014년 현재 넓적부리도요의 세계 개체수를 성체 210~228쌍으로 추정하고, 이들의 새끼까지 포함하면 661~718 개체로 보인다고 밝혔다.-편집자). 생존에 가장 큰 위협은 번식지의 서식지 소실과 더불어 이동 경로 및 월동지의 갯벌 매립과 관련된다.
가장 중요한 이동 경로 서식지인 한국의 새만금 지역은 이미 물막이 공사가 끝나 치명적인 위협요인이 되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이전에는 위기 단계로 평가하였으나 너무 빠르게 개체군이 몰락하고 있어, 2008년부터는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 야생에서 절멸할 가능성이 대단히 큼) 단계로 재조정하였다.
2009~2010년 센서스에서는 120~200 번식쌍(전체 약 500~800 개체)만이 남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2002년도 센서스와 비교할 때 88%가 줄어든 수이며 매년 26%씩 감소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만경강 및 동진강 하구의 새만금 간척사업은 중간 경유지를 없앤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으며, 미얀마에서의 사냥도 매우 심각한 위협요인이다. 월동지에서는 밀렵 때문에 어린 개체들이 죽고 있다. 매년 태어난 새끼 중 오직 0.6마리만 살아남는 상황이다. 
그 결과 남아있는 번식 가능 개체군 역시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번식은 점차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5~15년 이내에 멸종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벼랑 끝에 몰린 새, 서해 갯벌 넓적부리도요(http://ecotopia.hani.co.kr/368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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