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도와 먼 길 달렸다.
새벽 한 시, 당도한 곳은 험악한 산중,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침을 맞으며 비로소 본다.
분명 좁은 산고랑창을 비집고 들어왔는데 준고랭지에 펼쳐진 너른 밭이 놀라웠다.
날이 겁나 쌀쌀했다, 여기는 정선..
쥔장 앞세우고 산으로 간다.

신동읍 운치리,
굽이굽이 흘러온 동강이 용트림하며 휘돌아 나가는 곳, 수직으로 깎아지른 벼랑 너머 우뚝 솟은 백운산이 거기에 있다.
목적지에 차 갖다 두고 서둘러 산으로 든다.

강물이 발아래 놓이고 사람 사는 땅이 아스라해질 무렵 기다리던 꽃들이 간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리 아슬아슬한 절벽에 뿌리는 내리는 건지 그 마음 쉬 알 수가 없다.

정선할미꽃

갓 피어난 나어린 할미, 아침이슬을 머금고 있다.

강 건너 운치리, 저 산속을 헤집고 들어가고 또 들어가면 점점이 사람 사는 집과 밭들이 펼쳐진다.

저 짝으로 몰면 돼지들이 추풍낙엽처럼 강물로 떨어진다 했다.
물론 뻥이지만 예서 보니 그럴싸 하다.

박새
동고비
애기일엽초
백운산 상봉

꽃도 보고 새도 보며 할랑할랑 걷다 보니 어느새 정상이 코 앞이다.
할랑할랑 걸었다 하나 거친 숨결 몰아쉬면서도 걸음 걸음 탄성 터지는 고빗사위 길이 이어진다.

백운산은 도처에 있다.
함양 백운산, 광양 백운산, 포천 백운산, 제천 백운산..
그리고 여기 정선 백운산, 깎아지른 산세에 비해 정상의 조망은 시원치 않다.
정상에 이르니 평창 백룡동굴 방면에서 올라온 등산객들이 꽤 많았다.
백운산에 나 홀로 들어온 줄 알았더랬다.

정상을 지나 칠족령 방면 능선은 추락주의 표지판 즐비한 급전직하의 날등으로 이어진다.

.

신태극 수태극, 강물은 굽이굽이 휘돌아나간다.
산은 물을 건너지 않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

.
.
.

하~
나오느니 그저 감탄사뿐이다.

흡사 거대한 코끼리 한 마리, 물을 마시고 있었다.
저기 이마와 눈 사이 어디쯤 명당자리 있겄다.
산길 끝나간다.

올괴불나무

올과불나무를 본다.
며칠 전 변산반도에서 꽃술 노란 청괴불나무를 봤더랬다.
칠족령 지나 제장마을로 향하는 산길 초입 청노루귀, 백운산이 베푸는 아량과 배려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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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노루귀

제장 마을로 내려와 미리 가져다 둔 차를 몰고 돌아 나와 백운산을 바라본다.
산 밖에서 봐야 그 산이 온전히 보인다 했던가?
이 말이 맞나? 밖에서 보는 산은 외양일 뿐 진정한 산의 면모는 산중에 있어야 알 수 있는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9년 전 5시간 걸렸던 길, 이번에는 6시간 걸렸다.
음.. 그동안 산이 더 쎄진 모양이다.
산에서 내려와 동강을 거슬러 귤암리 일대 동강할미꽃이 자생하는 뼝대를 둘러본다.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더라.
돌단풍은 아직 일러 피들 안했다.
3월의 꽃샘추위가 맹렬했던 모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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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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