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뱀사골을 오르다 갈빗대가 부러졌다. 보름 만에 퇴원하고 다시 보름, 한 달이 지났다.
나는 다시 지리산으로 달린다.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불쑥 반야봉이 나타났다. 산 밖에서 반야봉을 보는 건 아마도 처음이다. 반야봉 너머 남쪽 하늘이 별스럽다.
멀리 일본으로 갔다는 태풍의 영향인 듯..

빗점골, 이현상 사령관 비트를 찾아 오르는 사람들..
지리산에 안긴다.

이현상 사령관(1905. 9.27~1953.9.17) 69주기, 제상이 차려지고 추모곡, 추모사, 헌시..
조촐한 추모제가 거행되었다.

인근에 잠들어 계신 또 한 분의 전사, 남부군 81사단 문화 지도원 최순희(1924.2.10-2015.11.21).
그이에게도 추모의 예를 올리고..

지리산哭

너덜겅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산중 오락회, 그리고 우리는 산에서 내려왔다.

돌아와 잔디를 깎다 만난 금빛 노을, 하염없이 노을만 바라보다 날이 저물고 말았다.


 

이틀 뒤, 나는 다시 지리산으로 달린다.
지리산에 다녀오니 갈빗대가 훨씬 덜 아프더란 말이지..
하여 이번에는 천왕봉을 목표로 지리산에 든다.
일행이 있다. 갈빗대 아프다 핑계 대고 배낭 없이 꽁으로 거저 오른다.

절반쯤 오르다 만난 지리 주릉과 반야,
반야봉이 보여야 비로소 지리산이다.

장터목 지나 제석봉을 오른다.

제석봉에서 보는 천왕봉,
제석봉에서 멈추려던 발걸음이 자동으로 천왕봉으로 이어지고..

천왕봉을 눈앞에 두고 반야봉을 바라본다.

천왕봉에서 마천, 산내 방면을 내려다본다.
저곳 어디엔가 천왕봉 올려다보는 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분명히..

제석봉에서 일몰을 맞고..

장터목에서 더욱 붉게 달아오르는 노을을 본다.

노을의 여운이 참으로 길었다.
노을이 지기도 전에 밤이 찾아왔다.
농민운동 동지의 안타까운 부음을 듣는다. 그래 이처럼 노을이 환장허게 붉었나 보다.
부디 잘 가시라..

장터목의 아침,
뜨는 해를 뒤로 하고 나는 지리산에서 쏜살같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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