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산천 10월 역사 기행
뱀사골
-단심폭포-큰얼음쐐기골-표고막터-
전북도당 트(6개도당회의 트)-단심 폭포-뱀사골

지리산을 오른다.
지난 8월 가다 만 길..
날이 매우 좋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 하늘은 높고 푸르며 대기 청정하고 햇살 따스하다.

2022.10.16 09:48

뱀사골을 거슬러 오른다.
가을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열심히 내려오는 중..

단풍 없지 않다. 명색이 가을인데..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요?
해님이 신다 버린 신짝인가요?
해님이 빗다 버린 면빗인가요?
다 아닌 것 같다, 달은 그냥 달이다.

10시 22분

큰얼음쐐기골에서 내려온 물이 뱀사골과 합수되기 직전 폭포로 떨어진다.
단심폭포, 전북 빨치산들의 비원이 서린 곳이라 했다.
지난 8월 쏟아지는 비를 뚫고 올라와 단심폭포를 바라보다 뭔가에 홀린 듯 그 짝으로 넘어가다 바위에서 떨어졌다.
그리하여 갈빗대 작신 작신 분지러졌던 것이다.

현장 검증을 실시한다.
바로 이 자리, 둥근 세 개의 바위에 둘러싸인 약간은 펑퍼짐한 푸른빛 도는 바위 위로 떨어졌다.
짐작했던 대로 높이는 2~2.5m, 등짝이 먼저 바위에 닿았다. 숨을 쉴 수 없었다. 딱 죽는 줄 알았다.
갈빗대가 부러졌다는 건 병원에 가서야 알았다.
두 달이 지났다. 지금은 그냥 조금 아프다. 이제 다 나았다 해도 무방하다.

단심폭포 앞에서..
남몰래 다짐했다. 다시는 갈빗대 분질러먹지 말자.
좀 더 고상한 다짐을 했어야는데..

.
.
.

큰얼음쐐기골로 스며든다. 다소 긴 가뭄에 물이 많지 않다.
젖은 바위 앞에서는 몸과 마음이 위축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이 또한 잊히리라.

11시 43분

폭포를 만났다.
여기에 온통 이끼가 덮이면 장관이라고..
어느 계절에 와야 그렇게 되나?

.
.

고도가 올라서인지 단풍이 제법 짙어졌다.
계곡이 갈라지고.. 왼쪽 계곡이었나?
사면을 치고 올라 표고막터에 도착.

12시 33분

표고막터(대략 고도 1,100m), 잘 쌓은 축대가 온전하다.
일대에서 재배된 표고를 모아 반출하던 산막이 있던 곳이라는 설명, 능선 너머 피아골과 이곳의 표고 맛은 가히 일품이었다 한다.
그걸 왜놈들이 털어갔던 것이다. 식민 수탈의 흔적.
여장을 풀고 점심을 먹는다.

구들을 멧돼지가 뒤집어놨다.

전북도당 트(6개도당 회의 트)를 찾아 다시 길을 나선다.
험준해 보이지만 이내 산을 싸고도는 편안한 중허리 길로 접어든다.

.

이런 길..

14시 28분

명선봉과 토끼봉 아래 고도 1,100여 미터, 뱀사골 너머 반야봉이 이윽히 내려다보는 곳, 전북도당 트에 도착했다.
배낭 속 먹을 것들을 꺼내 조촐한 제상을 차리고 술을 올린다.
간단한 추모제를 거행한다.
이 자리의 내력과 이곳에 머무르거나 거쳐간 이들의 기억과 증언에 대한 해설.
묵념과 추모의 노래, 일동 재배, 그리고 음복.

 

‘진달래산천’ 7월 역사기행

‘진달래산천’ 7월 역사기행 7월 17일(토) 갑니다. 코스는, 뱀사골-단심폭포-큰얼음쐐기골-절터(표고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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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 선생의 수기 ‘남부군’에 따르면,
51년 9월 중순
거림골 환자트를 나온 이태는 남부군 본대를 찾아 나선다.
거림골에서 세석을 거쳐....
"우리는 제2의 선요원을 따라 다시 서쪽으로 10킬로쯤을 걸어간 후, 명선봉(1,586m) 부근에서 서북쪽으로 뻗은 지능선을 타기 시작했다. 얼마를 가자니까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숲이 우거진 은은한 골짜기가 나타났다. 전북 남원군에 속한 배암사(白岩寺)골이라는 깊고 아름다운 골짜기였다. 계곡을 따라 얼마를 내려가니 산죽을 덮은 초막 하나가 바른편 숲 속에 보였다.
그것은 전북도당 사령부가 초소로 쓰던 초막이었다. 전북 사령부는 언제부터인가 그 계류 맞은편 사면에 아지트를 잡고 옮겨와 있었다.
마침 선요원이 무슨 사정에서인지 아직 해가 남아있는 데도 그곳에서 묵겠다고 하는 바람에 나는 5개월 만에, 백운산에서 헤어진 전북 사령부를 다시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가슴을 설레며 시냇물을 건너 잡목 숲을 얼마큼 오르니 괘 급한 사면에 지붕 없는 노천 트가 층층이 들어서 있고 낯익은 사람들의 얼굴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다만 총사령부 부대가 돼서 그랬던지 전세용을 비롯한 독수리 병단 당시의 얼굴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

전남 빨치산 김영승 선생의 기억에 의하면,
1952년 10월 제5지구당 창설을 위한 도당위원장 회의가 이곳에서 열렸다.
그는 전남도당위원장 박영발과 지리산 전투 지구당 위원장 박찬봉의 호위대원으로 이곳에서 일주일 간 머물렀다.

정관호 선생이 쓴 '전남유격투쟁사'에 의하면,
p167
1952년 4월 지리산에 전투 지구당을 개설했다. 지구당 위원장에 박찬봉이 새로 임명되어 부임했고, 부위원장 윤기남, 부대장 최복삼,
조직부장 박대수, 선전부장 박원봉 들로써 그 기구가 짜여졌다. 박남진(선전부)과 김영승(호위)도 그 산하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 지리산 전투 지구당은 1952년 10월 제5지구당이 개설되어 박찬봉이 그쪽으로 전출될 때까지 그 임무를 수행한다
p227
52년 10월 제5지구당 창설을 위한 6개도당위원장 회의는 전과 마찬가지로 지리산 뱀사골에서 열렸다.
참석자는 이현상(4지대장), 방준표(전북도당 위원장), 박영발(전남도당 위원장), 김병인(가명 김삼홍, 경남도당 위원장) 등이었다...
회의는 일주일 동안 계속되었는데, 개회 벽두부터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
이로써 제5지구당이 정식으로 출범하게 되었다. 그리고 각 부서 책임자의 인선 결정까지 보았다.
조선노동당 제5지구당 위원장 이현상, 부위원장 박영발(상임), 부위원장 방준표, 조직부장 조병하, 유격 지도부장 박찬봉. 그 아래 기요과 통신과 경리과 등 부서를 두었다. 그리고 이현상 박영발 방준표 김병인 조병하 김선우 박찬봉 들로써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정관호 선생의 '남도빨치산 6' p104-110에 이와 관련한 상세 내용이 적혀있다.
[출처] ‘진달래 산천’ 7월 역사기행 |작성자 바람처럼

반야봉

하산은 능선을 따라..
능선은 큰얼음쐐기골과 뱀사골이 만나는 합수지점까지 곧장 이어진다.

멧돼지 잠자리 흔적이 많다.
능선에서 만난 멧돼지 덫, 드럼통을 여러 개 이어 만들었다.
직접 들어가 시범을 보이면 될 것을 애써 설명하고 있다.
어떻게 여기까지 가지고 올라왔는지, 인간은 참 불가사의한 존재다.

## 멧돼지가 아니고 곰을 포획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단에서 설치한.. 품삯 받고 했겠네. 품삯의 힘이 위대한 것이었다.

.
.
15시 56분

거친 산길을 헤쳐 다시 뱀사골,
그사이 뱀사골 가을색이 한결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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