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길을 가다 만난 황새 떼, 황새 수십 마리 하늘 높이 떠서 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 가히 장관이었다.
사진기를 집어 들었으나 메모리카드가 없다. 차속을 다 뒤졌지만 한 개가 없다.
다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발 달렸는갑다.
아쉬운 대로 전화기를 꺼내든다.

이 억센 가슴 어디에 쓰랴..
황새 떼 오기 전에 돌아가리라~~

https://youtu.be/j_T-QoeXEnw

집에 돌아와 이것저것 챙겨 다시 황새 떼를 찾아 나선다.
황새 떼는 간 데 없고, 뜬금 없는 쇠부엉이를 만났다.
몸땡이 구석구석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고 잊힌 줄 알았던 탐조 본능이 되살아온다.

쇠부엉이

그리하여 나는 해가 바뀌는 마지막 날을 새와 함께 보내게 되었던 것이다.

큰고니

쟁기촌 논배미 아래 온통 얼어붙은 저수지, 아직 얼지 않은 숨구멍에 고니 떼가 한가롭다.

가창오리

저수지 복판에선 가창오리 떼가 부산하다.
가창오리 떼는 소부대로 나뉘어 생존 투쟁 중..
눈이 조금씩 녹고 논바닥 흙이 드러나기 시작하니 사라졌던 가창오리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종다리

오랜만에 돌아보는 새 보는 길,
저수지 아래 눈 덮인 들판을 떼 지어 날던 종다리도 만나고..

물수리

갈곡천 하구 양식장 상공을 배회하는 물수리도 본다.
좀 더 내려가지 그랬냐? 춘디..

쇠황조롱이

날카로운 눈매, 눈썹선이 멋진 쇠황조롱이.
드문 녀석, 텃새로 사는 황조롱이와 달리 겨울철새로 온다.

노랑부리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는 물에 비친 제 모습과 대화 중이다.

독수리
독수리

덩치만 컸지 세상 꺼벙한 독수리,
까마귀는 독수리를 찌럭찌럭 건들고 약 올리며 노닥거리고..

흑두루미

문득 고개를 드니 창공에 새 떴다.
황새인가 했으나 그야말로 흑두루미, 상포 부근 들판에서 40여 마리 흑두루미를 만났다.
그런데 황새 떼는, 그 많던 황새는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다시 만나지 못했다.

매(수컷)

응시, 매의 눈..
매는 해안이나 섬의 절벽에서 번식하는 드문 텃새, 겨울철에 하구, 호수, 농경지에 나타난다.

새매

논 고랑창에서 목욕하는 잿빛개구리매와 마주쳤다.
녀석은 멋쩍게 내 눈치를 살펴가며 목욕을 마치고 사라졌는데 사진도 사라졌다.
폴더 하나를 통째로 날린 것이다.
똥 싸는 개마냥 내 눈치를 살피던 녀석의 모습이 눈에 삼삼하다.

흰뺨검둥오리

세상 흔하고 맛대가리 없게 생긴 녀석들이 멋스럽게 찍혔다.

무슨 갈매기일까?
갈매기는 어려우니 그냥 갈매기라 해 두자.

https://youtu.be/xOOfz0aEiZo

해질녘 들판을 떠도는 가창오리 떼를 만났다.
수만 마리 가창오리 떼가 들판 상공을 휘저으며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군무가 거듭될수록 무리가 작아지고 급기야 수백, 수십 마리로 줄어든 녀석들마저 들판 사이로 사라진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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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2022년, 다시 못 올 년대여, 그대 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