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따라..
갑오년, 조선 농민들은 목숨을 걸고 싸웠다.
그들의 싸움은 조선 말기 '민란의 시대' 100년을 결산하는 것이었으며, 다른 한편 새롭게 등장한 제국주의 침략세력과의 첫 대결이었다. 조선의 운명을 가르는 판갈이 싸움에서 농민군은 크게 패했고 그들의 패배는 조선의 패망으로 귀착되었다.
세기의 투쟁, 그들은 무엇을 남겼는가?
누천년 역사의 뒤안길에서 감당해온 억압과 착취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농민들의 투쟁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그들은 꼬박 1년을 싸웠으며 조선 봉건 지배체제에 돌이킬 수 없는 크나큰 균열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제국주의와의 첫 대결에서 그들은 크게 패배했다. 청나라를 격파한 최첨단 제국주의 침략군과 죽창과 화승총으로 무장한 농민군은 애당초 상대가 될 수 없었다.
허나 그들은 결코 굴복하거나 우회로를 찾지 않았다. 손에 손에 무기를 들고 온 나라 농민들이 궐기했으니 제국주의 침략 세력에 맞선 우리 민족의 투쟁은 첫걸음부터 피로 얼룩진 무장항쟁으로 역사에 깊고도 굵직한 자욱을 남기게 되었다.
역사적 소명 다한 농민군
여기 총을 그러쥔 농민군이 있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 박혀 있고 모닥불은 아직 사그러지지 않았다. 을미년 4월 전봉준을 비롯한 최고 지도자들이 처형당하고 함께 싸우던 무수한 농민군들은 별이 되어 하늘에 총총히 박혔다. 이 시기에도 북방의 농민군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었기에 모닥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으며 홀로 남은 농민군 역시 여전히 총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농민군은 자신의 투쟁을 향도할 새로운 별,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들의 싸움은 직접적으로는 구한말 의병투쟁으로 이어졌다. 살아남은 농민군들은 그 투쟁의 길에서 기꺼이 남은 목숨을 바쳤을 것이다. 1909년 일제에 의해 자행된 ‘남한폭도 대토벌작전’이 호남지역(오늘날 전라남도와 부속도서)을 대상으로 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갑오년 농민군은 마지막 남은 피 한 방울까지 바쳐 그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
새로운 백 년, 온전한 민중의 시대로
새로운 세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새로운 세기는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보다 전면화된 제국주의와의 투쟁 속에서 열리게 될 것이고 그 투쟁의 길에서 새로운 세기를 향도할 새로운 주체, 새로운 유형의 투쟁과 그 투쟁을 이끌 새로운 사상이 싹트게 될 것이었다.
갑오년 농민군들은 죽어 뒤따르는 세대의 거울이 되고 투쟁의 밑거름이 되었다. 새로운 세기는 민중이 역사의 주체로 전면에 나서고 그들의 투쟁에 의해 역사가 전진하는 민중의 시대인 것이며, 우리는 그 첫걸음을 이미 갑오년에 떼었다. 갑오년의 투쟁은 외세의 침략 무력에 맞선 전면적 무장항쟁이었고 그 투쟁은 만주와 백두산 일대를 주 무대로 한 항일무장투쟁으로 온전히 계승되었다.
그리고 다시 백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간 우리 민족이 겪은 숱한 풍파와 고난, 항쟁의 역사를 어찌 다 열거할 수 있을 것인가? 분명한 것은 그간 우리가 이룩한 숱한 성과와 전진에도 불구하고 외세(제국주의)의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고 외세에 의해 강요된 분단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백년을 맞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 앞에 그 과제가 놓여 있다. 갑오년 농민군의 기백으로 온 겨레의 힘과 지혜를 모아 새로운 백 년을 온전한 자주의 시대, 민중의 시대로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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