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양척왜, 보국안민의 깃발이여!
1895년 3월, 을미적 을미적 봄이 오고 있었다. 허나 봄이 왔으되 봄이 아니었다.
‘척양척왜’, ‘보국안민’의 기치를 든 동학농민군과 침략자 일제의 충돌, 조선의 명운을 건 한판 대결, 우금티 패전 이후 조선은 피바다에 잠겼다. 참빗 작전이라 했다. 제국주의 일본은 해외 침략의 첫걸음부터 피바람을 몰고 왔다. 참빗으로 훑어내리듯 씨를 말려 화근을 없애버리겠다는 일본군의 초토화 작전에 조선 관군이 동원되고 민보군이 앞장서는 골육상쟁의 비극이 벌어졌다.
임무를 마친 일본군이 인천으로 귀환하고 전봉준을 비롯한 농민군 지도자들은 재판에 회부되었다. 오호 통제라! 남의 나라 군대에 제 나라 백성을 도륙케 한 조선 정부를 어찌 조선의 것이라 할 것인가. 무수한 농민군들과 그 가족, 이웃사촌들이 무리죽음을 당하고 삼천리 방방골골이 쑥대밭이 되었다. 최대 30만명에 달하는 조선 민중이 학살되었다. 씨를 말리겠다는 일제의 작전은 성공한 것일까?
허나 항쟁은 결코 종결되지 않았다. 외세의 침략에 맞선 민중들의 투쟁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았다. <구월산에 결집하여 있던 동학농민군 세력 중 1,000여명이 신천읍에 내려와서 공격하였다> <수천여 명의 동학농민군들이 장연군과 문화읍을 공격하였다. 이에 감영에서는 다급하게 일병의 파견을 요구하였다> 3월 들어 수백에서 수천에 달하는 황해도 농민군들의 활발한 활동이 보고되었다. 이들은 황해도 각처에서 일본군에 맞서 모였다 흩어지고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며 싸우고 또 싸웠다. 이들의 활동은 8월까지 지속적으로 보고되었다.
청산·단죄되지 않은 역사는 반복된다
강보에 싸인 아이를 포함한 일단의 농민군이 거친 파도 위에 서 있다. 그들이 선 곳은 땅끝이다. 더이상 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이들의 운명은 어찌 되었을까? 이들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았을 것이며, 혹은 역사 속으로 스며들어 대를 이어 전승되는 싸움의 단단한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그 싸움은 세대를 넘고 넘어 오늘에 이르고 있으니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았을 조선의 운명이나 오늘날 우리의 운명이 별반 다름이 없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대를 이어 거듭되어온 투쟁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의 운명과 민중의 삶은 본질에서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외세의 침략과 약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외세에 빌붙어 기생하는 압제자의 폭정에 시달리고 있다. 청산되지 않은 역사는 반복된다. 역대 최대규모의 ‘한미일 군사훈련’이니 ‘3각동맹’이니 하는 전쟁 놀음 속에 욱일기가 되살아오고 대통령 윤석열의 친일행각이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동학농민혁명 이래 우리나라 역대 정부는 권력이 궁지에 몰리고 통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외세에 의존하려는 사대적 속성을 보여왔다. 우리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여 위기를 타개하는 것이 아니라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를 끌어들여 궁지에서 탈출하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청산되지 못한 역사, 단죄되지 않은 역사는 반복된다.
춘래불사춘, 봄이 왔으되 봄이 아니로다. 외세의 부당한 간섭을 배격하고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엎어 새로운 질서를 세워야 한다. 그래야 온전한 봄을 맞이할 수 있다. 척양척왜, 보국안민의 기치가 여전히 유효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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