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찾아 나선 길에서 35년 전 농활 갔던 마을 앞을 스쳐 지난다. 정확히 쌍팔년도였네. "덕산면 신현 1구 농민회에서 뀌는 방구 지서장 새끼 난리 났다 소리 지르네~" 손뼉 치며 노래 부르던 게 어제일 같다. 술을 어찌나 많이 먹어댔던지 젊은 농민회원들이 나를 피해 다녔더랬다. 들어가 볼까 하다 그냥 지나쳤다. 다 옛 일이니..
30년 전 일은 이리 선명한데 작년에 와 본 길이 헷갈린다. 작년에는 봄처녀나비를 보러 왔더랬다. 그때는 어림짐작으로도 잘도 찾았는데.. 아무튼 도착해서 보니 딱 예상대로다. 예상했던 장소에서 예상했던 녀석들을 만나니 반갑기 짝이 없다. 더구나 첫 만남이다.
많다. 그리고 딱 이 나비 뿐이다. 표범나비 치고는 작은 녀석들이 여기저기서 불쑥 튀어나왔다가 풀숲으로 사라진다. 어딜 가나 착한 녀석들이 한 둘은 있어 모델이 되어준다.
예전 영월, 춘천, 화천, 철원, 제천 등지 산과 가가운 풀밭에서 많은 개체를 만날 수 있었다. 최근 거의 모든 지역에서 절종에 가깝게 개체 수가 줄었다. 낮은 풀숲에서 볕을 최거나 텃세권을 형성하기도 한다. 한낮에 짝짓기를 한다. 솔체꽃 잎 아랫면에 알을 낳는다. -한국 나비 생태도감(오해용)
짝짓기 삼매경에 빠진 녀석들, 사람을 개의치 않는다. 아니 그럴 수 없는 모양이다. 좀 더 진하게 보이는 게 수컷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