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3(금) 3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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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가 시작되었습니다.
황금물결 일렁이는 가을 들판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비워지게 될 것입니다. 올 한 해 우리 농민들은 ‘기후위기’라는 말을 실감하며 살았습니다. 내일은 또 어떤 재해가 닥쳐올 것인가 하루하루 가슴을 졸여야 했습니다. 장마 이후 큰 태풍 없이 가을을 맞이하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작 큰 재앙은 농민들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발생합니다. 
‘생산비 폭등’ ‘가격폭락’으로 대표되는 농업계의 큰 이슈는 자연계가 아닌 인간계, 특히 정부 정책으로부터 비롯됩니다. 정부 물가정책의 시작과 끝은 농산물 가격 억제 정책입니다. 정부는 낮은 농산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쓰면서도 생산비 폭등으로 고통받는 농민들의 처지는 돌아보지 않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도 농업소득은 948만 5천원으로 10년 만에 천만원대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1962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급락했습니다. 생산비 폭등과 가격폭락을 수수방관하며 오히려 이를 물가정책으로 적극 활용한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지금 80kg 쌀값이 20만원 선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올해 양곡관리법 개정을 둘러싼 파동을 겪으면서 정부가 제시한 가격선입니다. 정부는 이 가격이 마치 농민들이 원하는 가격인 양, 정부 정책의 성과인 양 포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이미 5년 전부터 밥 한 공기 300원, 80kg 24만원은 돼야 계속 농사지을 수 있다 요구하고 투쟁해 왔습니다. 그 사이 발생한 생산비 폭등, 물가인상률은 반영조차 되지 않은 가격입니다. 정부가 말하는 쌀값 20만원은 상식적이지도 않고 그들이 말하는 공정과도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민들은 작년보다 더 떨어지지 않았음에 안도하고 있습니다. 황금물결 넘실대는 들판의 이면에 이처럼 불안하고 아슬아슬한 농민들의 삷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쌀값을 더 낮추기 위해 ‘정부 비축미 시장방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만약 또 다시 수확기 정부미 방출이 단행된다면 쌀값은 다시 폭락하게 될 것입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부와 여당의 이해타산에 따라 정부미 방출 여부가 결정될 것입니다.
다른 한편 전국의 농민들이 11월 11일 1만 농민대회, 20만 민중총궐기로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자는 결의와 각오를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누가 최종 승자가 있을까요? 지켜봐 주십시오, 그리고 응원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