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조선낫의 세상살이


가을 들녘에 추수가 한창인 요즘 기계 가진 친구와 함께 한조가 되어 나락을 베러 다니고 있다.
대부분의 일을 기계가 처리하기 때문에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은 우리 둘을 포함해서 많으면 넷, 그렇지 않으면 단 둘이서 일을 해치운다. 
'사람소리 사라진 들판에 붕붕거리는 기계음만 가득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확한 거다. 
콤바인이 많이 보급되어 있어 가을추수 속도도 대단히 빠르다.
시작했다 하면 금새 들판이 휑 하니 비어버리는.. 전라도 말로 "번새번새하다."
내용이야 어찌됐건 가을일 대단히 간편해졌다. 
콤바인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서 이제는 옆구리에 달라붙어 나락마대를 잡을 일도 없다.
그저 논두렁에 앉아 있다가 적당한 자리에 차만 갔다 대어놓으면 되거나 커다란 '톤백'이라 불리우는 마대를 잡아주면 그만이다. 

그리고 이제 미곡처리장 아니면 건조기로 실어나른다. 
그렇다보니 이렇게 한가하게 사진을 박아댈 여유가 있는 것이다. 
일손이 딸리고 고령화된 탓에 이제 나락을 직접 말리는 모습도 차츰 사라져간다. 
식량에 필요한 정도나 직접 말리고 많은 나락이 미곡처리장으로 직행한다.  
대다수의 중소농들이 이렇게 나락을 처리한다.  

미곡처리장의 밤. 밤이 바쁘다.


논바닥에서 만나는 농민들은 생산비에도 못미치는 나락가격 때문에 깊은 시름을 안고 있다. 
이 분들에게 농민회의 싸움 계획을 말하면 하나같이 반색하며 맞장구를 친다. 

올 가을 싸음은 '출하거부'를 통한 '생산비 쟁취'가 핵심 내용이다. 
'맨맛헌거이 홍어x'이라고 정부는 물가 이야기만 나오면 나락값부터 후려칠 연구를 하고 계획을 발표한다. 
발표 내용은 대부분 "정부가 보유한 공공비축미를 방출하겠다" 하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의 '공공비축미' 수매에 일절 응하지 않음으로서 정부수매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싸움의 출발이다.
시중 가격보다 낮은 비현실적 수매 가격으로 이미 절반은 무력화되어 있다. 이를 싸움으로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매거부를 조직하고 그 나락들을 군청, 시청 등 관공소 마당에 대규모로 적재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대다수 농민들이 농협을 통해 나락을 처리하는 조건에서 농협이 우리 농민들의 싸움에 함께 하도록 하는 것이다.
농협이 농민들로부터 매입한 나락을 내년 2월까지 방출하지 않고 끌어안고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그것까지 출하거부 싸움의 한 내용으로 보고 농협을 적극 견인하고 있다.
농협은 우선 돈이 급한 농민들에게 일정 금액의 선급금을 지급하고 가격 결정은 내년 2월 이후에 하자는 농민들이 요구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

이러한 농민들의 싸음 계획은 집단행동, 담합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해보자는 가진 사람들의 수작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다.
생산비도 못건지는 밑가는 농사 더 이상 지을 수 없다는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적 범위에서 식량위기가 가속화되는 조건에서 식량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식량자급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법적, 제도적 장치를 촉구하기 위함이다.
농업과 농민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정책전환이 절실하다.
그것은 식량을 담보하는 나라의 근본산업인 농업에 대한 응당한 대접과 지원 및 투자이다. 


쑥부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