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고부 신중리 대뫼마을 '무명농민군위령탑' 앞에서 진행된 무명농민군 위령제에 참가한 후 황토현으로 향하였다.
황토현 전승일에 즈음하여 개최되는 정읍 '황토현 동학축제'에 초대되어 목판화 체험을 진행하는 박홍규 화백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화백께서는 어디 막걸리집에라도 가셨는지 보이지 않고 새로 창작한 목판 '동학무명농민군'이 손님을 맞는다. 
잠시 후 술기운이 보일락 말락하는 화백님이 돌아오시고 곧바로 목판체험이 이어진다. 

오동나무에 새긴 목판에는 115년 전 탐관오리와 부패한 봉건정부, 외세의 침탈에 맞서 분연히 일어섰던 무명의 농민군 네분이 기념사진이라도 찍는것처럼 모여 계신다.
화승총과 죽창만 들었지 얼굴 그대로 농민들이다.
가운데 선 키 큰 이는 송기숙 선생의 소설 녹두장군에 나오는 작두장군 '만득이'를 형상하였다 한다.

잉크를 목판에 바르고..

한지를 붙여..

골고루 문지른 다음 떼어낸다. 

작가의 낙관을 찍으니 목판화가 완성되었다.

이렇게 하여 이름도 성도 없이 싸우다 산야에 묻힌 갑오년 농민군들이 판화를 통해 115년만에 되살아왔다.
한분 한분이 이름 그대로 얼굴 그대로 '농민'이다. 

       낫네 낫서 난리가 낫서
       에이 참 잘 되앗지
       그냥 이대로 지내서야
       백성이 한사람이나
       어데 남어 잇겟나

사발통문에 적힌 난리를 기다리는 민중들의 심정 또한 고스란히 되살아온다. 
사발통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우와 여히 격문을 사방에 비전하니 물론(物論)이 정비하였다.
      매일 난망을 구가하던 민중들은 처처에 모여서 말하되
      "낫네 낫서 난리가 낫서 에이 참 잘 되얏지 그양 이대로 지내서야 백성이 한사람이나 어데 나머 잇겟나"
      하며 기일이 오기만 기다리더라.

당신들의 심정이 바로 우리의 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