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하던 날씨가 오후 들어 다소 찌그러진다.
오름을 보기 위해 서귀포에서 동쪽으로 이동하였다.
당초 목적하였던 물영아리오름을 놓치고 시간은 어중간해지고..
이대로 오늘 하루는 종쳐야 하나 할 즈음 불현듯 생각나는 오름 하나, 지난해 봄 올랐던 따라비오름이다.

가시리 사는 총각한테 길을 물어 오름 아래 당도하니 구름은 더욱 두터워져 날이 저무는 듯 하다. 
울타리를 두군데 통과하고 가시덤불을 헤쳐야 하는 초입을 벗어나니 최근 조성한 듯한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오르기가 한결 수월하다.
나무계단은 정상까지 이어진다.
두터운 구름과 시원한 바람이 땀이 흐를 여유를 주지 않는다.

정상에 서니 움푹 패인 3개의 굼부리가 눈에 둘어온다.
다른 오름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라고 한다. 
3개의 굼부리는 어느 하나 떨어지지 않고 능선을 사이에 두고 오밀조밀 붙어 있다.  

지난해 봄에 찍어둔 사진을 보니 3개의 굼부리가 더욱 또렷하게 잡혀 있다.
세 굼부리의 중심부에 절묘하게 자리한 묘자리가 인상적이다.
멀지 않은 곳의 큰사슴이오름과 족은사슴이오름이 한덩어리로 보인다.

따라비오름 내부의 능선 3거리.

구름이 다소 걷히고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억새밭 사이에 야고가 다소곳이 피어 있다. 
야고는 억새뿌리에 기생하는 식물로 제주도에만 있다.
억새가 많은 따라비오름은 억새꽃이 피면 장관이겠다.

작년 봄 찍은 따라비오름 표지석.
무심히 지나쳤던 것일까?
이번에는 보지 못하였다.

봉긋봉긋 솟은 오름들을 한품에 안고 있다. 
따라비오름은 오름 자체가 가진 오밀조밀한 볼거리와 시원한 조망이 주는 볼거리를 동시에 만족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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