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한번 가고 싶던 차에 전화가 왔다.
어린이날 행사에 쓰일 어린모가 필요한데 어찌해야겠는가 하고 묻는다. 
"걱정을 마시라" 하고  직접 가져다주겠다 대번에 약속하였다. 
'울고 싶자 뺨 때린다'더니 딱 그 짝이다.

미나리깡에 심으려고 육묘중인 모판 20장을 구해 두고 여러모로 연구하였으나 트럭에 싣고 가는 방법 외에 딱히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모판 20장을 적재함 바닥에 깔고 바람타지 않게 포장으로 잘 덮었다.
왕복 도선비 24만여원, 배보다 훨씬 큰 배꼽이 부담스럽긴 하나 도리가 없다.
이른 해장 길을 나서 목포 여객터미널에 도착하니 꽤나 북적거린다.
차를 먼저 선적하고 표를 끊으러 가는데 수학여행길에 나선 까마귀들이 엄청나게 몰려온다.
감당하기 힘들것 같은 무리들을 피해 침대칸을 요구하니 1인실 뿐이란다.
차를 싣고 가는 길이라 30% 할인되어 29,000원이다.
그래 이럴때 한번 호사해 보는거다.

씨월드고속훼리에서 운항하는 킌메리호의 스위트룸이다.


정갈해보이는 침대에 커튼을 걷으면 보이는 바다, 테레비에 세면대까지.. 좋다.
한바탕 자고 일어났으나 배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목깐통을 찾아 목욕을 하는데 파랑주의보가 내렸다는 해상의 영향으로 목깐통 물에서도 꽤 큰 파도가 일렁인다.
점심을 먹자니 까마귀들 틈바구니에서 어려울것 같아 소주 한병 사들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해는 이미 저편으로 넘어가고 추자도를 지나 제대로 된 제주 바다에 들어선 배는 모진 힘을 쓰며 갈 길을 재촉한다.
풍랑이 거세니 모두들 안전한 객실로 돌아가라는 안내방송이 몇차례 들리고..
이 배는 매우 크니 이 정도 풍랑에는 끄떡 없다는 안심방송이 이어진다.
이때 옆방에서 모진 구역질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뱃 속의 창자가 온통 딸려올라오는 듯한 길고 모진 구역질소리.. 하지만 실제로 뭐가 나오지는 않는 듯 하다.
듣는 사람도 고통스러울 지경이다.
교회다니는 분인지 나중에는 주님까지 찾는다.
 "오메 주여~!" 전라도 분이다.
주님은 나처럼 모시는 건데.. 운전할 일을 생각해 절반만 먹었다.
한 숨 살풋 시들고 나니 차 가진 사람 차량으로 가라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다.
5시간이 좀 더 걸렸다.


제주도다.
조천, 구좌읍 방면 오름들이 손에 잡힐 듯 하다.
날이 궂고 비가 오락가락한다는 고창 날씨와는 달리 쨍하다.

뱃길로 가는 제주도.
혼자 가기엔 다소 무료하기도 하지만 원하는만큼 잠을 자거나 잡생각을 굴릴 수 있어 좋다.
술 먹다, 자다, 바다 구경하다 하면 언제인지 모르게 제주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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