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한살 덜 먹은 1967년생 우리집 벽시계 INTERNATIONAL SPRING CLOCK.
내가 기억하는 한 도배할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저 자리를 벗어난 적이 없는 그야말로 붙박이 괘종시계.
다른 벽들에 많은 시계들이 걸렸다 사라졌더랬다. 
자리를 잘 잡은 탓일까?
가장 투박하고 원시적인 녀석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이제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온전히 설명해줄 사람조차 없이 이 집과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다.  
나이 들어가면서 시간마다 울리는 종 치는 횟수가 제멋대로인 것을 빼면 아직 아무런 문제가 없건만 정작 문제는 더 이상 그 누구도 눈길을 잘 주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애나 어른이나 전화기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고 그 전화기가 요술단지 역할을 해내고 있으니 벽시계 쳐다볼 일이 없어져버린 것이다.
쳐다볼 일이 없으니 시계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배를 곯고 있는지 어쩐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
하릴 없이 벽에 매달려만 있을 뿐..
벽장에 올라 타 대롱대롱 매달려 밥을 주던 시절부터 꽤 오랫동안 쩌 시계는 내 담당이었다. 
실로 오랫만에 나보다도 땔싹 커버린 아들놈 시켜 밥 먹여 살려놓았다.
똑딱똑딱.. 방 안 가득 시계붕알 소리가 팽팽해진다. 
이 방과 쩌 시계의 주인이었던 할머니 생각, 아버지 생각, 어머니 생각..
가슴 한켠이 그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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