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상 집에 내려가기 어려운 날 수도권 인근 산행 계획을 세웠다. 

산행지는 들꽃을 찾아다니던 시절 명성은 익히 들어왔으나 너무 멀어 한번도 발 내밀어보지 못했던 천마산. 

고창지역을 중심으로 꽃피는 시기를 가늠하고 있는지라 어떤 꽃이 얼마나 피었 있는지 알기도 어렵고 오전중으로 산을 내려와야 하는 촉박함도 있어 입맛이나 살짝 다시는 것으로 하기로 하였다. 

이러저런 이유로 같이 가기로 했던 사람들 다 자빠져불고 홀로 외로이 청춘열차에 몸을 실었다. 

7시 용산역을 출발하니 30분을 살짝 넘겨 평내호평역인가에 가 닿는다. 

묵현리 짝 관리사무소를 산행들머리로 삼고 택시로 이동한다. 택시비 5,500원 나왔다. 

산행시작 시각 8시.

산이 뭐 호젓한 맛도 없고 등산로는 고속도로마냥 넓직하고.. 초입이 그렇다는 말이다. 깔딱고개를 올라 능선에 다다르고 얼마간을 오르니 시야가 터지기 시작한다. 




해를 바라보는데다 옅은 안개같은 것이 끼어 마치 새벽잠을 털고 일어나는 것처럼 사진이 나왔으나 해는 이미 중천에 있다. 

저 멀리 보이는 호수같은 것이 청평댐이나 된가 싶다. 

능선길은 갈수록 바위가 많아져 암릉이 되고 갈수록 재미있어진다. 

어느덧 정산에 도달하였다. 정상은 암봉이라 시야가 툭 터져 조망이 좋다. 

정상에는 이 근방 산악회에서 세운 커다락 표지석과 삼각점 비슷한 또 하나의 표지석 그리고 천마산이 대한민국 영토임을 알리는 커다란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여기가 무슨 국경분쟁 지역이라도 되는건지 어쩐지는 알 수 없다. 



여기서 능선을 약간 더 타고 북쪽으로 향하다 들꽃이 많다는 팔현리 계곡 쪽으로 빠지기로 한다. 

어찌되었건 간은 보고 갈 작정이었다. 




하! 그런데 내려가는 길이 험악스럽기 짝이 없다. 급경사 북사면..

마침 이 길로 올라오는 이 있어 아이젠 없이 내려갈만 해겠느냐 물으니 그렇게 하지 않는것이 좋겠다 하신다. 

빙판길이 꽤 길어 올라오는데도 꽤 고생하였다는 것이다. 

미련없이 되돌아가 호평동 계곡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길인 모양이다. 

단체로 올라오는 많은 등산객과 마주치며 내려와야 했다. 

능선을 내려서기 직전 북한산 주봉 인수봉과 길다란 능선이 눈에 잡힌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임꺽정 바위. 바위에 얽힌 전설이랄지 이런건 없고 단지 천마산이 과거 임꺽정이 주름잡던 산이라는 안내판만 았다. 

저 사람 옆얼굴 닮은 바위가 그 이름을 달게 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만 해본다. 

오르는데 시간반, 내려오는데 시간반, 하여 딱 세시간이 걸렸다. 

산행 날머리에서 버스 잡아타고 평내호평역까지 가는데 5분 살짝 더 걸리고 기차 잡아타고 다시 용산에 도착하니 12시 총 다섯시간 걸렸다. 

새소리 물소리에 귀 닫아걸고 그냥 타넘은 산길이라 그저 입맛만 다셨을 뿐..

3월이 다 가기 전에 다시 가 팔현리 계곡 초입이라도 잠시 뒤져보리라고 공연한 다짐만 조용히 가져본다. 


천마산에 다녀온 뒤로 모진 감기에 걸려 한 이틀을 호되게 고생하였다. 

근 십여년만에 감기약을 다 사먹을 정도.. 다행히 지금은 호전되어 간간히 쳐올라오는 밭은 기침만이 목구멍을 괴롭히고 있다. 

이 때문에라도 천마산은 기연씨 다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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