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하고 시원한 라면, 이름하여 <뿔면>.
알만한 사람은 아는 감방 특식 
화기가 허용되지 않는 조건에서 뜨거운 물로 불린 컵라면이 주재료가 된다. 

 


언젠가 구치소에 다녀와 선보인 것을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따금 아이들이 찾는다.   
이번에는 며칠 후 있을 학교 캠프 요리 경연대회에 출품하겠다고..
감방 음식 괜찮겠나 했더니 지네 학교 감방 다녀온 학부모 많아 흉 될 일 없단다. 
날도 덥고 하니 한번 해 보는디..

 

초장, 훈제 닭 혹은 오리, 묵은지는 필수 재료.   
초장은 봉지 고추장에 사이다, 레모나 등을 섞어가며 새콤달콤하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는 바깥세상이니 알아서 정성껏 만들면 되겠다.   
훈제오리는 뜨거운 물에 봉지째 넣어서 덥힌 후 잘게 찢으면 된다.
여기야 뭐 칼도 있고 도마도 있으니..  
묵은지도 잘게 찢어 주시고..  
범털 계시는 방에서는 사과나 배를 넣기도 했다.   
시원하라고 오이 채 썰고 매운 것 좋아하는지라 청양고추를 준비했다.
바깥세상이니..  

 


컵라면을 불리는 것이 정석이지만 값싼 사리면을 삶았다. 
국수 삶 듯하면 된다.  
기름기 쪽 빠지게 헹구고 무더운 여름인지라 정수기 찬물로 시원하게 갈무리했다. 

 


이제 준비된 재료를 넣고 잘 버무리면 된다. 
그릇이 좁다. 넓은 그릇이라야 수월하다. 

 


손에 묻은 양념 쪽쪽 빨아먹는 맛이 좋다. 

 


완성, 딸래미가 썰어놓은 오이채가 투박하다. 

 


이것은 내 것, 마지막 남은 뿔면이 가장 묵잘 것 있다. 
식은 밥 비벼먹어도 좋고..

 


딸래미가 말한다. 
"아빠 뿔면 맛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그려 요리대회 1등 해라. ㅋㅋ

 

만들어 잡솨보시라. 
초장 하고 김치만 맛있으면 틀림없이 맛있는 뿔면이 된다. 
어릴 적 어머니는 무더운 여름 칼국수를 해주시곤 했다.
더운 여름 칼국수 만드시느라 얼마나 땀을 흘리셨을까?
마당에 모깃불 피워놓고 마루에 앉아 땀 뻘뻘 흘리며 먹던 진덤진덤한 칼국수 생각이 난다. 
어머니 부채질은 어찌 그리 시원했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