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아침 음복 술에,  성묘 다니면서 마신 술에..  술이 깰 무렵 시원한 평양냉면 생각이 문득 간절해진다. 
남북 간의 왕래와 교류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던 시절, 금강산에도 가보고 평양, 개성에도 가봤다. 
아스라한 옛일처럼 느껴지는데 하물며 실향민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남북관계라는 것이 살얼음판과 같다는 생각에 기회가 올 때마다 놓치지 않았는데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가 급기야 개성공단조차 폐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가 최근 다시 열렸다. 하지만 민간 차원의 교류는 여전히 꽉  막혀 있다. 

추석 안에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나 싶었는데 당국 간의 협의가 너무 굼뜨게 진행된다.
내란음모네 뭐네 나라 안에 온통 난리 판굿을 벌여놓고 종북 마녀사냥으로 정권을 유지해가는 판에 속도를 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 부정으로 인한 위기를 유신독재로의 회귀를 통해 돌파하고자 하는 박근혜와 그 일당의 난리 판굿을 잠재우고 촛불과 민중이 승리하는 날 남북관계도 새롭게 열리게 될 것이다. 그 날을 기약하면서.. 

냉면을 좋아하는지라 방북할 때마다 냉면을 먹었다. 
평양냉면 맛이라는 것이 '슴슴하다' '밍밍하다'고 표현되곤 한다. 좋은 표현이라고 본다. 
남녘 냉면에 길들여진 우리는 북녘 냉면을 처음 맛보는 순간 저으기 실망하기도 하지만 먹을수록 그 묘한 맛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그 맛도 이제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마포에 위치한 을밀대는 전통 있는 평양냉면집으로 손꼽히는 모양이다. 
무더위가 한창이던 7월, 제대로 된 냉면이 먹고 싶던 차 전농 사무실에서 그중 가까운 을밀대에 갔다. 
옆차로 내어주는 기름기 없는 육수가 좋다. 나는 먹어보지 못했지만 뱀 곤 물이랑 맛이 영락없이 똑같다 한다. 
아무튼 내 입맛으로는 조미료 맛을 잡아내지 못하겠다.

 

 

우선 수육에 소주 한잔 하는데 빨간 놈 달라했더니 25도짜리를 갖다 준다. 
요거이 지금도 나오나? 반간 마음에 몇 잔 먹다 보니 적지 않게 취지가 올라온다. 좋다. 그리고 반갑다.  
녹두전은 그저 그렇다. "요거이 녹두지짐" 하면서 내어주던 북의 녹두전 맛이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요거는 아니다. 

 

 

두꺼비 배꼽을 따고 먹었어야 하는데.. 잊어 묵었다. 

 

 

냉면이 나왔다. 먼저 국물을 들이켜는데 그래 맛이 좋다. 
평양에서 먹은 냉면 맛도 이랬던 것 같다. 슴슴하고 밍밍하고.. 그러면서도 자꾸 생각나는 그런 맛이다.  

 


면은 잘 모르겠다. 북에서 먹은 것도 이렇게 면발이 굵직했던지 어쨌던지 잘 생각이 안 난다. 
질기지 않았던 것만은 확실한데 도통 기억이 안 난다. 
진정한 평양냉면 맛의 복원을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남북 관계가 다시 회복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을밀대 면 맛도 나쁘지 않다. 두툼하면서 질기지 않고 잘깃한 씹는 맛이 좋다. 
면 자체에 간이 좀 되어 있는 듯도 하다. 

그러고 보니 탑골공원 뒷골목 어딘가에서 먹었던 냉면 맛도 좋았었는데 날 쌀쌀해지면 거기 한번 가봐야겄다. 
거기 냉면 맛도 좋았었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싸고..
을밀대 냉면은 만원이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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