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여름 한복판, 서울역에서 열린 8.15 평화통일대회를 마치고 시가행진을 하던 도중 허기를 견디지 못한 일부 참가자들이 먹을 것을 찾아 을지로 부근 골목으로 스며들었다. 

때는 휴가철, 거기에다 휴일인지라 문을 연 식당을 찾기 어려웠다. 

어렵사리 식당 하나를 발견하고 들어가니 낙지를 전문으로 다루는 집이었다. 

"회가 동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제때 밥을 먹지 않으면 뱃속의 회충이 요동친다는 말이다. 

이제는 잊혀져가는 옛날 말이다.  

어찌 되었건 간단히 요기나 할 요량으로 들어왔으나 살아 꿈틀대는 낙지를 보니 고픈 배에 더해 술생각까지 그야말로 회가 동한다. 



낙지연포탕을 주문하였다. 

미나리에 느타리버섯, 새우, 바지락 등으로 구성된 냄비가 끓기 시작하자 산낙지를 투여한다. 

아니 이런 비인도적인 처사라니..

심하게 꿈틀대던 산낙지 이내 잠잠해지더니 색깔이 붉어지자 가차없는 가위질이 이어진다. 

낙지가 다소 불쌍하기는 하지만 국물은 매우 시원하다.  





매우 매워 어지간한 사람은 잘 먹지 못하는 낙지볶음은 한여름에는 이열치열하는 음식이다. 

산낙지 탕탕탕, 도마소리 요란하게 손질을 하더니 샛노란 계란 노른자위를 얹어 내온다. 

모다 먹을만하고 맛나다.



밥 비벼먹고, 술 말아먹고.. 

술기운과 포만감이 무더위와 허기에 지친 몸을 나른하게 휘감는다. 

참 잘 묵어부렀다.

산낙지, 술 한잔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안주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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