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술을 끼고 사는지라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해장국에 관심이 많다.

어느 땅에나 술꾼들이 있을 것이고 그런 술꾼들의 속을 풀어주는 그 땅의 해장국이 있을 터이다.

언젠가 테레비에서 스쳐 지나가듯 본 서산 우럭젓국이 늘 머릿속에 떠 다녔다. 

서산 간다. 토박이 요리사가 직접 끓여주는우럭젓국 먹으러, 정말로..

그간 몇차례 날을 잡았다 연기했다 했던 터라 기대가 크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오늘은 구경을 먼저 한다.

간월암에서 만나 안면도 일몰을 보고 숙소에 당도했다.

 

간월암

 

안면도

 

우럭젓국은 어떻게 끓이는가?

삐득삐득 말린 우럭포가 주재료, 호박, 배추, 고추 등의 부재료를 넣고 끓이는 데 새우젓만으로 간을 한다.

우럭포에 새우젓 간, 그래서 우럭젓국인 모양이다.

우리의 요리사는 반드시 쌀뜨물을 받아서 끓여야 비린내가 잡히고 머리를 넣어야 구수한 맛이 배어 나온다고 강조한다. 말은 간단하나 서산 사람들 사이에 세대를 이으며 전승된 경험과 독특한 손맛이 있으리라.

 

 

옆에서 술판을 벌이느라 이러저러한 요리 과정을 살펴보지 못했다.

다 된 후에 보니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넣지 않아 국물이 맑은 듯 약간 뽀얗다.

뽀얀 국물은 아마도 우럭포에서 우려져 나온 듯.. 메움한 맛은 청양고추로..

우럭젓국이 끓기 시작하자 구수한 향이 숙소 가득 진동하며 목젖을 자극한다.

 

 

한 그릇 떠 놓으니 우럭포가 그득하고 배춧잎과 호박, 고추, 간을 맞춘 새우젓의 새우가 보인다.

호박에 배춧잎, 멀건 국물, 제주도 갈치 호박국이 연상된다.

제주 사람들도 배춧잎(제주 사람들은 퍼데기라 부른다) 집어넣고 꼭 이렇게 멀겋게 끓이더라.

비릴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시원한 맛을 내는 제주의 생선국.

우럭젓국도 뒤지지 않는다.

새우젓만으로 간을 하여 칼칼한 듯 개운하면서 시원한 국물 맛이 독특하다.

왜 해장국으로 각광받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거기에 더하여 졸깃하고 간간한 우럭포의 살을 떼먹는 맛이 삼삼하다.

 

 

서산에 가시거든 꼭 챙겨 드셔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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