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방학을 서울 부근에서 보내고 집에 내려가는 큰딸을 만났다. 

어느 결에 훌쩍 커버린 녀석, 큰놈과 달리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이 전격적이거나 순탄하지 못하고 고민이 많다.

하고 싶은 일들은 너무너무 많은데 뭐 이런거.. ㅎㅎ

이미 점심시간은 지난 상황, 안국역에서 만나 냉면을 먹기로 하고 탑골공원 뒷편 유진식당을 찾았으나 줄이 늘어서 있다.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일인지라 포기하고 을지면옥으로..

딸래미와 도란도란 얘기하며 걸으니 지루함이 없다. 그러나 굳게 닫힌 문, 일요일엔 영업을 안하나 보다. 

멀지 않을 것 같은 우래옥으로 갈까 하다 을지로 4가 길모탱이 막국수집이 생각나 그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 집은 몇년 전 KTX에 비치된 잡지에 나온 소개글을 보고 가본 일이 있다.  

그리 나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오늘은.. 아뿔싸 이런 맛이었나?

그사이 내 입맛이 변한 건지, 이집 음식맛이 변한 것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는다. 

단무지 우려낸 듯한 동치민지 뭔지는 예나 지금이나 그렇다 치고..

한숟갈 떠먹은 딸래미는 수영장 물맛이 난다 한다. 흐미..



무우김치에 대해서는 달리 말하지 않으련다. 

김치 담다보면 간이 안맞거나 맛이 제대로 안날때도 있는 법이려니..

이러저러한 메뉴들이 나열되어 있지만 막국수집이니 막국수만 제맛이라면야 누가 뭐라 하겠는가?




기왕에 먹는거 '특'으로 시켰다. 

그런데.. 아~ 이 면발에 메밀은 얼마나 들어갔을 것이며, 닭고기는 언제 삶은 것일까? 

입술에 뒤엉키는 둥둥 뜨는 이 기름기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먹는 내내 이러저러한 의문들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함께 주문한 빈대떡에 대해서도 굳이 말하지 않을란다. 

막국수만 맛있다면야 무슨 흉이 되겠는가? 

그런데 막국수가.. 면발이면 면발, 닭고기면 닭고기, 기름기면 기름기, 육수면 육수 어느것 하나 흠잡지 않을 것이 단 한가지도 없다. 

다시는 이 집에 올 일이 없겠다. 


다만 안국역에서 을지로 4가까지 걸으며 도란도란 나누었던 딸래미와의 정 깊은 대화만 가슴 속 깊이 간직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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