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더위, 한여름 땡볕 아래 고추 따는 농민들을 본 적이 있는가?

6~70은 기본이고 많게는 팔순을 넘긴 할머니들이 벌이는 고추 수확은 정말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위험천만한 노동이다.  

그런 고추값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폭락하였다. 

날이 갈수록 종자값, 비료값, 농약값에 생산비는 치솟는데 가격은 폭락하고 일손마저 부족하다. 

이로 하여 고추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생산면적이 줄어드는데도 왜 가격조차 함께 추락하는가? 

원인은 중국산 수입고추에 있다. 중국은 전세계 고추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나라이다. 

물밀듯 밀고 들어오는 중국산 수입고추가 국내 고추시장의 60% 이상을 잠식하였다. 

집에서 먹는 고춧가루를 제외하고 순수한 국산 고춧가루를 기대하는 것은 맹랑한 일이 되고 말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분별없는 정부의 농산물 수입정책, 물가정책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내 농산물 가격이 조금만 들썩거린다 치면 지체없이 관세를 낮추고 수입물량을 늘려 농산물 가격을 때려잡았다. 

정부의 바보같은 정책으로 인해 우리 농민들은 더 이상 고추농사를 지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국민들은 온전한 국산 고춧가루를 구경하기 힘들게 되었다. 

전 세계에서 고추를 가장 많이 먹는 민족이 사는 우리나라의 슬픈 자화상이다. 


지난 3일 서울역 농민대회를 앞두고 전국 고추 주산지 농민들이 양재동 AT 센터 앞에서 고추 생산자 결의대회를 개최하였다.

대회를 마친 농민들은 중국산 수입고추 화형식을 벌이며 고추수입 중단과 정부수매 실시를 요구하였다. 

경찰이 소화기를 뿌리며 방해했지만 농민들은 거세게 항의하며 기어이 고추를 불사르고 말았다.  






[결의문]


고추 생산비 보장하는 정부수매 실시하고 

중국산 고추수입 즉각 중단하라!



전국의 고추밭 고랑에서 살인적 무더위와 싸우며 목숨 걸고 수확한 고추값이 폭락하였다. 어찌된 까닭인가? 

이명박 정부는 2010년, 2011년 기상재해로 고추생산량이 급격히 줄어 가격이 폭등하자 고추에 대한 저율할당관세 수입량을 대폭 늘려잡고 관세를 추가로 인하하는 등 폭력적인 방법으로 고추시장에 개입하여 가격을 하락시켜왔다. 

지난 3년간 국내에 들어온 수입고추는 총 29만여톤에 달한다. 2012년 국내 건고추 생산량이 10만 4천톤인 것과 비교해보라.  

이처럼 물밀 듯 들어오는 중국산 수입고추 홍수 속에 최근 2년간 고추 자급률이 10% 이상 추락하여 40%롤 밑돌게 되었다. 많은 농민들이 고추농사를 포기하여 면적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고추값이 폭락하고 있음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중국산 수입고추로 인해 고추값이 폭락했음은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다. 

또한 그 이면에는 수입 농산물을 무한정 들여와 국내 농산물 가격을 때려잡는 이명박 정부의 살농정책이 도사리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이명박의 살농정책을 더욱 심화, 발전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에서 고추를 가장 많이 먹는 민족이 살고 있다. 바로 우리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의 식탁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량 소비처를 중국산 고추가 점령하였다. 최근의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아 우리는 중국산 고추만을 먹을 수밖에 없게 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중국산 고추와 고춧가루 제조과정에 대한 무성한 소문, 이러저러한 유해성 논란은 뒤로 하고라도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초래한 고추값 폭락사태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전국고추생산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1. 생산비가 보장되는 정부수매 즉각 실시하라!

생산비가 보장되지 않는 시가수매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정부 수매가는 전국의 농민들은 한결같이 요구하는 600g 한근당 최소 1만원이 되어야 한다. 


2. 생산자가 참여하는 고추수매위원회 구성하라!

정부가 다 알아서 하는 정부수매는 농민들에게 오히려 독이 되어왔다. 생산자 대표가 참여하는 수매위원회를 구성해 수매가와 수매량, 수매시기와 방법 등을 함께 결정해야 한다. 


3. 2013년 건고추 저율할당관세(TRQ)물량 7,185톤을 포함한 고추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수입물량을 격리, 폐기하라!

농산물 가격폭락을 불러와 국내 생산기반을 파괴하는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정책을 당장 폐기하고, 수입산 고추와 국내산 고추의 불법혼용과 원산지 허위표기 등에 대한 규정과 단속을 대폭 강화하라. 


4. 정부가 제시한 고추자급률 65% 실현을 위한 실질적 정책을 당장 시행하라! 

정부가 약속한 비가림 하우스시설 확대, 품종개발, 작업기계화, 고추수확시 노동력지원, 최저보장가격 현실화 등에 대한 실질적 정책을 당장 실시해야 한다. 



2013년 9월 3일 


전국고추생산자 비상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