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줄흰나비는 좀처럼 잘 앉지 않을 뿐더러 흔한 나비로 생각되어 잘 안찍어지는 나비가 아닌가 싶다.  

고마리꽃이 흐드러진 길섶 풀밭에서 일군의 큰즐흰나비를 목격하였다. 

한순간 나비 두마리가 뒤엉키더니 나비 한마리 묘한 자세를 취하고 다른 한마리 상공을 선회한다. 

세상에 저런 자세로 수컷을 유혹하다니..너무 노골적이다.  

다른 것도 아닌 나비가 말이다. 



뒤로 발랑 누워 허리를 곶추세우고 있다. 

나비가 뒤로 드러눕는 것도 보지 못했거니와 허리는 또 왜 들고 있단말인가?

엄컷의 구애동작으로 생각되었다. 



수컷이 내려앉는다. 사랑을 속삭이는 건가?

그런데 다시 떨어진다. 




같은 동작의 반복.. 결국 짝짓기에 실패하고 만다. 

궁금하였다. 이토록 노골적인 자세에도 불구하고 짝짓기에 실패한 이유가 뭘까?

그런데 사실을 알고 보니 유혹하는 게 아니라 거부하는 거라네. 나는 이미 수태했으니 덤비지 말라 하는..

그럼에도 성급한 수컷은 짝짓기를 시도하고 암컷은 끝내 허리를 곶추세워 수컷을 물리친 것이다. 

참.. 세상사, 겉보기와 진실은 이렇게 달리 보이기도 하는구나 싶다. 

나비의 은밀한 사랑을 엿본게 아니라 종번식을 향한 치열한 격투 현장을 본 것이로구나. 

수컷은 수컷대로, 암컷은 암컷대로 자신의 도리를 다한 것이리라. 



언제 그랬냐는 듯 각자 꽃을 찾아나선다. 

앞날개 윗면에 검은색 선과 점이 발달하고 뒷날개 밑면에 노란 기운이 도는 아랫것이 암컷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