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 전국에서 처음으로 고추농가 총회, 고추 생산자 비상대책회의가 열렸다. 
영광농협에 속한 5개 읍면 고추농가 80여명이 참석하였다. 
영광군 농민회가 발의하고 영광농협이 협조하였다. 

 

 

주경채 영광군농민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부수매는 가장 쌀 때 정한다"

자료집에 남긴 농민의 글, "정부수매는 가장 쌀 때 정한다".
정곡을 찌르는 말씀이다. 생산비 보장, 가격지지에 대한 아무런 의지도 계획도 없는 정부는 시가수매를 고집한다.
가격이 최대한 떨어질 때를 기다려 수매하고 가격이 오를만하면 시장에 푼다. 역사를 거슬러 거꾸로 가는 정부, 농업정책이라고 다를리 없다.
물가정책이라고는 농산물 가격 때려잡는 재주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이 가격에는 수매에 응할 수 없다"농민들은 만장일치로 정부수매 거부를 결의하였다.
영광군농민회는 나머지 읍면에 대한 고추농가 총회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며, 농민들의 결의에 따라 정부수매 거부, 적재투쟁 등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아래는 총회자료집의 주요 내용이다.

 

  고추값이 왜 떨어졌을까요?  

◌ 정부는 “고추 작황이 매우 양호하여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 4차 회의 보도자료)이라고 말합니다. 올해 날씨가 좋고 병충해가 없어서 고추값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태풍이 우리 논과 밭을 할퀴고 지나가거나 기상이변으로 병충해가 창궐하기를 고대해야 하나요? 

◌ 더 이상 <풍년 들어 가격이 떨어졌다>는 정부의 거짓말에 속지 맙시다.  지난 10년 사이 우리나라 고추 재배면적과 생산량 모두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공급이 절반이면 가격은 배가 되어야지 왜 가격까지 절반이 되겠습니까? 

 

   고추 
생산면적
 건고추 생산량  건고추 수입량  고추
자급률
 2001년  7만ha  18만톤  3만톤  80%
 2011년  4만ha  7만톤  10만톤  40%

 

◌ 지난 10여년간의 고추수급 동향을 보면 국내 고추 생산량은 매년 3%가량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전체 시장공급량은 매년 4%가량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산 고추가 빈자리를 메울 뿐만 아니라 소비량을 초과하여 과잉으로 공급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생산량이 줄어드는데도 가격이 폭락하고 고추 자급률이 동반 하락하는 현상은 바로 중국산 수입고추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책임져야 합니다.  

◌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고 중국산 고추가 우리 고추를 밀어내고 주인행세하고 있습니다. 

중국산 고추는 이미 우리 고추시장의 60% 이상을 점령하였습니다. 국산 고추보다 중국산 고추가 더 많이 유통되고 거래되며 시중에서 순수한 국산 고춧가루를 볼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 이명박 정부는 2010년, 2011년 기상재해로 고추생산량이 급격히 줄어 가격이 폭등하자 관세를 대폭 낮춰 중국산 고추를 대량으로 수입하여 가격을 하락시켰습니다. 지난 3년간 국내에 들어온 수입고추는 총 29만여톤, 2012년 국내 건고추 생산량이 10만 4천톤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양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중국산 수입고추로 인해 고추값이 폭락했음은 너무도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 이면에는 수입 농산물을 무한정 들여와 국내 농산물 가격을 때려잡는 이명박 정부의 살농정책이 도사리고 있으며, 박근혜 정권은 이명박의 살농정책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가 가격하락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 박근혜 정부 들어 새로 만들어진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이하 위원회)는 무, 배추, 마늘, 양파, 고추 등 5가지 품목에 대하여 이른바 안정 가격대를 정해놓고 가격이 오르면 ‘주의, 경계, 심각’ 등의 경보를 발령허며, 이에 따른 대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 그동안 위원회는 농산물 가격을 낮추는 일만 해왔습니다. 예컨대 양파가격이 높은 이유가  농협 수매가가 높기 때문이라며 수매가 인하를 촉구하고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농협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중국산 수입양파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수매토록 하는 수매가 담합을 주도하였습니다.

◌ 추석 직전인 8월 말 이들은 고추수매에 대해 논의하였으나 아무런 알맹이가 없습니다. 이들은 농민들이야 어찌되었건 조금이라도 가격이 오를세라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추석 이후에 수매한다는 결정은 추석 성수기 가격상승을 우려한 것이었습니다. 

◌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는 그 이름과 달리 실제로는 <농산물 가격통제위원회>로 기능해왔으며, 무차별적인 농산물 수입을 통해 가격을 관리하고 수급을 조절하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농산물 가격파괴>와 <개방농정>에 철저히 복무하고 있습니다. 

          고추농가의 요구           

◈ 생산비가 보장되는 정부수매 즉각 실시하라!

생산비가 보장되지 않는 시가수매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정부 수매가는 한근당 최소 1만원이 되어야 하며, 수매량은 생산량의 10%선인 12,000톤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 생산자가 참여하는 고추수매위원회 구성하라!

정부가 다 알아서 하는 정부수매는 농민들에게 오히려 독이 되어왔습니다. 진정한 생산자 대표가 참여하는 수매위원회를 구성해 수매가와 수매량, 수매시기와 방법 등을 함께 결정해야 합니다.  

◈ 중국산 고추수입 중단하고 수입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하라!

고추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이미 수입된 고추를 시장에서 격리 조치해야 합니다. 

농산물 가격폭락을 불러와 국내 생산기반을 파괴하는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정책을 당장 폐기하고, 수입산 고추와 국내산 고추의 불법혼용과 원산지 허위표기 등에 대한 규정과 단속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 정부가 제시한 고추자급률 65% 실현을 위한 실질적 정책을 당장 시행하라! 

정부가 약속한 비가림 하우스시설 확대, 품종개발, 작업기계화, 고추수확시 노동력지원, 최저보장가격 현실화 등에 대한 실질적 정책을 당장 실시해야 합니다. 

         함께 투쟁합시다.         

그 누가 우리 문제를 들고 대신 싸워주지 않습니다. 
고추값이 하늘에서 결정되어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고추농가들의 운명, 한여름 땡볕에 목숨 걸고 수확한 고추입니다. 
고추밭 고랑에 한번 서보지도 않은 작자들이 벌이는 책상머리 고추값 흥정을 지켜만 보실 겁니까? 안될 말입니다. 

이제 고추값은 우리가 결정합시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사장과 임금 교섭을 벌이듯 우리 농민들도 이제 정부와 농산물 가격을 놓고 투쟁하고 교섭해야 합니다. 
정부 수매가 결정에 농민이 참여하는 것은 생산자의 기본 권리입니다. 
설사 올해 판가름내지 못할 싸움이 될지라도 포기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농민입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농사지어야 할 사람들입니다.

이번 차제에 정부의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놓지 않으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