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입암산 방장산, 영산기맥을 가다.
입암산 방장산, 영산기맥을 가다.
2016.11.01산길 한번 빡쎄게 걷고 싶었다. 빽따구가 노골노골해지드락.. 지난 겨울 눈길을 헤쳐 첫발을 내밀어놓았던 영산기맥의 첫산, 입암산과 방장산을 단숨에 타넘겠다 작정하고 나섰다. 지금은 정해리라 이름을 바꾼 시얌바대 깊숙히 장성새재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장성새재는 정읍 시얌바대와 장성 남창골을 잇는 고갯길이다. 새재는 큰 고갯길 내장갈재(추령)와 장성갈재(노령) 사이의 '사잇길' 정도의 의미로 붙인 이름이 아닐까 싶다. 장성새재 말고 순창새재가 하나 더 있다. 순창새재는 복흥면 대가리에서 불바래기 고랑을 지나 장성새재로 넘어오는 고갯길이다. 새재 입구에서 고갯마루까지는 대략 2km, 콧노래 부르며 할랑할랑 걷기 좋은 길이다. 고갯마루 산길 사거리에서 남창골 방향으로 잠시 걷다 보면 입암산으로 오르는 길이..
[금남호남정맥] 2 무령고개에서 밀목재까지
[금남호남정맥] 2 무령고개에서 밀목재까지
2016.10.18지난 2월 호남정맥을 타보겠다고 첫발을 떼어놓았다. 눈이 수북했더랬는데 지금은 가을이다. 봄, 여름은 어느 결에 지나가 부렀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무령고개까지 차를 올려놓고 시작한다. 무령고개인지, 무룡고개인지, 둘 다 맞는지.. 지어 무령공재라는 이름까지 있다. 다음 지도에서는 둘 다 검색된다. 발음하기 쉬운 무령고개라고 해두자. 영취산은 다녀왔으니 오늘은 장안산으로 바로 직행하면 된다. 장안산은 백두대간에서 가지 쳐 나온 산줄기 금남호남정맥의 첫 번째 산이다. 금강 남쪽과 섬진강 서쪽의 모든 산줄기는 장안산으로부터 비롯되고 또한 장안산으로 수렴된다. 가히 호남의 종산이라 할만하다. 무령고개에서 밀목재까지 산길 30리, 오늘 그 길을 간다. 대략 다섯 시간을 잡는다. 단체 산행객들로 번잡스런 무령고개 ..
억새봉의 아침
억새봉의 아침
2016.10.14바람은 소리치고 산은 울부짖었다. 문놈의 바람이 그리 부는지 지붕 펄럭거리는 소리에 뒤척이다 눈을 뜨니 겨우 3시, 달은 서산에 지고 밤하늘엔 별이 총총.. 지붕이 펄럭이다 펄럭이다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아침까지 푹 자부렀다. 문득 눈을 뜨니 동녘 하늘이 손톱만큼이나 붉었다. 억새봉에서 바라본 일출. 말이 억새봉이지 이제는 억새가 하나도 없다. 페러글라이딩인지를 한다는 작자들이 산봉우리를 민둥산 잔디봉으로 만들어놓았다. 산의 반대편, 갈곡천에서 일어난 구름이 읍내로 짓쳐들어간다. 저 건너 화시산화시산 지나 소요산까지, 소요지맥이 낮게 깔렸다. 잠자리 지붕이 한껏 부풀어올랐다. 밤새 소리치던 바람이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는다. 산 아래도 이리 바람이 부나? 얼른 내려가봐야겄다. 배고프기 전에..
나홀로 밤산행, 달빛을 벗 삼다.
나홀로 밤산행, 달빛을 벗 삼다.
2016.10.14마음이 울적해서 길을 나섰네~ 하루 내 이 노래가 입에 맴돌았다.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내다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방장산에 올랐다. 이미 늦은 밤, 달이 밝다. 보름이거나 아니면 그 근방이거나..홀로 나서는 밤산행은 약간의 공포를 동반한다. 자연히 걸음이 빨라지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되지만 정신은 오히려 가볍고 맑아진다. 조망이 터지는 능선에 오르면 순식간에 무섬증은 사라지고 아랫 세상을 내려다보며 알지 못할 희열에 휩싸인다. 30분 나마 땀을 쏟아 갈미봉에 올랐다. 허공의 달은 휘영청 밝고 장성 너머 광주쪽 하늘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따금 양고살재를 넘나드는 자동차 불빛이 꼬부랑길을 휘감고 돌 뿐 인기척이라곤 없다. 방장산은 구절초가 이쁘게 피는 산, 달빛에 어린 구철초가 청초한 빛을 발한다. 벽오봉에..
동학농민군 발자취 어린 화시산
동학농민군 발자취 어린 화시산
2016.10.08화시산 갈곡천에서 바라본 화시산, 맨 왼쪽 높은 봉우리가 화시봉이고 오른쪽 가장 낮은 지점에 굴재가 있다. 화시산은 불화에 화살시, 불화살산이다. 참 멋진 이름이다. 어째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방장산 자락, 화시산을 마주보고 사는 신림면 임리 사람들은 화시산의 불기운을 억누르자고 물을 상징하는 오리 솟대를 높이 세웠다. 풍수는 모르겠으나 해질녘 석양이 붉게 물들면 임리에서 보는 화시산은 온 산이 타는 듯 불덩이로 보일 수 있겠다. 화시산은 선운산과 방장산 사이에 꽤나 길게 누워 있는 산줄기와 그 덩어리 전체를 통칭하는데 주봉인 '화시봉'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고창 사람들은 화시봉 정도를 입에 올릴 뿐 화시산이라는 이름은 통 불러주지 않는다. (그나마 나는 얼마 전까지도 '하씨봉'으로..
비 내리는 지리산에서..
비 내리는 지리산에서..
2016.08.30석 달만에 나선 오랜만의 산행, 통 크게 지리산으로 잡았건만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노고단에서 반야봉 찍고 피아골로 하산하려 했으나 임걸령에서 눈물의 퇴각.. 다시 노고단에 이르니 비가 그치고 지리산은 역동적인 구름바다를 보여주었다. 비 내리는 마산 상사마을의 아침. 드라마틱한 하루를 기원하며 드라마틱 모드로.. 앞집 지붕이 꽤나 이국적이다. 앞에 보이는 산은 사성암이 있는 오산. 성삼재에 차를 두고 산을 오른다. 노고단 대피소를 앞둔 마지막 고바위.. 노고단 전망대. 무얼 보시나? 소 둠벙 쳐다보는 것도 아니고.. 예까지 오느라 고생했다는 산의 배려, 맛배기로 살째기 속살을 보여주었다.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간간이 산이 보인다. 임걸령에서 목 축이고 퇴각을 결심한다. 반야봉에 ..
선운산 천마봉 풍경
선운산 천마봉 풍경
2016.05.21선운사를 에워싸고 있는 산군 전체를 통상 선운산이라 부른다. 선운산 안쪽 고라당 핵심부에 도솔암이 있고 마애불이 있고 천마봉이 있다. 천마봉은 그 자체가 천마의 형상이라기보다 그 언젠가 천마 한 마리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을법한 그런 봉우리다. 천마봉에 서면 굽이굽이 선운산 능선은 물론 멀리 방장산 줄기가 아스라하거나 손에 잡힐 듯 조망되고, 도솔천 기나긴 계곡을 더듬다 보면 인냇강 건너 소요산이 지척이다. 아무리 바삐 왔다손 치더라도 선운사에 왔다면 천마봉 정도는 오르고 갈 일이다. 못자리 낙종을 마치고 일손 넣어주러 달려온 딸래미하고 선운산 천마봉에 올랐다. 보름을 향해 치달리는 달이 중천에 떴다. 매사촌 울부짖는 소리를 기대했으나 기척도 없다. 며칠 전 도솔천 음습한 계곡에서 영화 찍는 것 봤다는 얘..
영산기맥이 시작되는 곳
영산기맥이 시작되는 곳
2016.02.11영산기맥은 호남정맥이 내장산에서 백암산으로 내려가는 중간 지점에서 새끼 친 산줄기(총길이 160여 km)로 고창, 영광, 무안, 함평을 거쳐 목포 유달산에 이른다. 영산강 서쪽을 흐르는 산줄기라 보면 되겠다. 영산기맥의 분기점이 되는 새재봉은 호남정맥이 심하게 용트림하며 굽이치는 깊은 산중에 있어 접근이 쉽지 않다. 순창 쪽에서는 복흥 대가리, 장성은 남창계곡, 정읍 쪽은 용산 저수지 부근 서당골을 통해 오른다. 그러고 보니 정읍, 순창, 장성의 접경지역이다. 정월 초이튿날 떡국 한 그릇 끼레묵고 길을 나섰다. 서당골은 내장산 무슨 리조트가 들어선다고 한바탕 투기바람이 불었던 지역으로 옛 마을은 사라지고 투기바람의 흔적만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다. 왼편에 보이는 나지막한 봉우리로 올랐어야 했는데 오른짝 가..
호남정맥에 내딛는 첫발
호남정맥에 내딛는 첫발
2016.02.05작년 이맘때 야심차게 시작했던 백두대간 종주는 상주 구간에 이르러 흐지부지되어 오늘까지 다시 잇지 못하고 있다. 대간 줄기가 약해져 좌우로 모두가 신라땅인 상주 구간, 산줄기가 약해지니 내 마음도 약해진 듯.. 언젠가 다시 잇겠다 마음만 먹다가 수렁에 빠진 것처럼 덧없이 1년이 지나버리고 말았다. 산줄기 흐릿한 상주 구간을 날 잡아 단번에 돌파해버리겠다는 계획만 야심차다. 이런 차에 또 무슨 호남정맥이냐 말하지 마시라. 그저 첫발만 떼어 놓았을 따름이다. 언제 틈이 나면 순창새재 부근에서 갈라지는 영산기맥 출발지점도 다녀와야겠다. 그리하여 대간과 정맥, 기맥을 형편에 따라 힘조절해가며 동시다발적으로다가 공략해보는 것으로.. 나는 도저히 사진발이 안받아 장수 청년이 대신 섰다. 호남정맥의 출발점은 북상하는..
명불허전 소백산 칼바람
명불허전 소백산 칼바람
2016.02.02내륙 깊숙이 자리한 소백산, 난생처음 품에 안기고 돌아왔다. 산행 전날 어의곡 입구에서 바라보는 소백산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했다. 일출은 따로 보지 않기로 하고 새벽 6시 반경 길을 잡아 서두르지 않고 여유 있게 걸어 오른다. 비로봉 2.2km 지점을 통과한다. 날이 제법 밝았다. 딱 절반 정도 올라왔다. 오름길은 가파르지 않고 꾸준히 고도를 올린다. 능선 너머로 붉은 태양이 나타났다. 이제 주릉이 얼마 남지 않았다. 광선총으로 찢어놓은 듯한 하늘 틈새가 이채롭다. 기대했던 상고대는 보이지 않는다. 이 친구 행복해 보인다. 사진은 현장의 진실을 다는 알려주지 않는다. 국망봉 방면으로 향하는 사람들, 장쾌한 능선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비로봉을 눈 앞에 둔 주릉에 서니 지독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
선운산 경수봉
선운산 경수봉
2016.01.26밤 늦게까지 쏟아지던 눈이 그치고 아침해가 쨍 하고 솟았다. 이른 아침임에도 짚시랑물이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하고 햇살을 머금어 무거워진 눈이 비닐 하우스를 묵직하게 쓸어 내리며 눈보라를 일으킨다. 공음, 무장 쪽 비닐 하우스들이 꽤나 찌그러졌다는 소식이 들린다.눈은 정읍이 더 왔다는데 왜 그짝 하우스들이 무너지는지 모를 노릇이다. 이래저래 농민들 시름은 가실 날이 없다. 그나 눈 왔는데 뭐 하나? 산이나 가야지..길바닥 눈은 아직 녹지 않았다. 바퀴에 채워놓은 체인은 아직 풀지 않아도 되겠다. 부안면 사는 선홍이를 싣고 선운사로 간다. 아직 그 누구도 가지 않았을 경수봉을 오른다. 경수봉은 선운사를 휘감아 도는 산군들 중 최고봉으로 인냇강 너머 소요산과 자웅을 겨룬다. 하지만 산세도 밋밋하고 오르는데 ..
눈 덮인 하얀 방장산을 가로질러 온천탕으로..
눈 덮인 하얀 방장산을 가로질러 온천탕으로..
2016.01.21거리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탓에 겨울은 추워야 맛이라는 말이 쉽지 않다. 하지만 봄같은 겨울을 나면서 가슴 한구석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 농민들이다. 그런데 요사이 늦추위가 몰아닥쳤다. 늙발에 뭇 앵긴다더니 다소 맵다. 내린 눈에 한파가 겹쳐 보기 드물게 도로가 얼어붙었다. 길 얼어붙어 다른 일 하기 어렵다 핑계대고 하얗게 손짓하는 방장산으로 차를 몰아간다. 방장산은 그야말로 하얀 세상이다. 언제나 그렇듯 아무도 밟지 않은 새 눈을 밟는 느낌이 남다르다. 눈에 묻혀 사라진 길을 열고.. 용추폭포에서 출발해서 상봉으로 통하는 직등길을 톺아오른다. 고도를 올릴수록 눈은 깊어지고, 산길은 가파르지만 몸은 오히려 가벼워진다. 방장산 능선은 장쾌하다. 장쾌한만큼 조망이 좋다. 날이 좋으면 멀리는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