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눈꽃 흐드러진 백두대간 대덕산
눈꽃 흐드러진 백두대간 대덕산
2017.03.01지난 23일 영농발대식을 마치고 무주 가는 길, 진안 어간에서 머리빡 하얀 산을 보는 순간.. '아.. 오늘 집에 못가지..' 싶었다. 장수 지나 무주에 들어서고 덕유산을 바라보며 결심은 확고해졌다. '저런 산을 어찌 바라만 보고 그냥 갈 수 있단 말인가' 볼 일 다 보고.. 무풍 소재지에서 바라다본 대덕산이 최종적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동갑짜리 농민회원이 둘이나 살고 있는 백두대간 소사고개 아래 부흥동 마을회관에 몸을 누인다. 대간을 넘는 칼바람 쌩쌩 부는 해발고도 650미터, 동네 어르신들이 뎁혀놓은 회관은 따뜻했다. 대간 마루에 자리잡은 사래 긴 고랭지밭 너머로 새벽빛이 밝아온다. 아래 보이는 마을은 거창 고제면 소속이 되겠다. 그래 생각난다. 이태 전 겨울 백두대간 북상길, 이 밭에는 수확하지 않..
지리산, 천왕봉 찍고 중산리
지리산, 천왕봉 찍고 중산리
2017.02.18촛대봉에서 맞은 일출, 구름에 가렸으나 해는 솟았다. 내심 맵짠 눈보라에 하얀 설산을 기대했으나 푸근한 겨울 지리산도 나쁘지 않다. 천왕봉 거쳐 중산리로, 마지막 노정이 남았다. 반야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멀리 무등산.. 자잘한 산들은 강안개에 잠기고.. 연하봉 부근 그림이로다. 연하봉 북쪽으로 뻗어내린 지능선들 장터목 제석봉 오름길 제석봉에서.. 반야봉의 웅자 천왕봉 겨울 까마구 제석봉 너머 바래봉 능선이 장쾌하다. 철쭉 피는 날 가고 잡다. 그럴 수 있을까? 올해는 안될 것 같군.. 신속탄핵, 조기대선! 지리 주릉은 갈지짜 대원사골 치밭목에서 바라보는 달이 떠오르는 곳.. 웅석봉. 그래서 달뜨기능선이랬다. 하루쯤 비박하며 저 능선도 걷고 잡다. 그럴 날이 오겄지.. 하산길 김영승 선생님 조용히 말씀..
지리산, 촛대봉 일출
지리산, 촛대봉 일출
2017.02.17세석산장에 짐을 풀었다. 간밤, 산은 고요하고 따뜻했으며 손 뻗으면 닿을 듯 촛대봉 능선에 북두칠성이 걸렸더랬다. 별 보고 내려오던 길, 아차 하는 순간 빙판에 미끄러져 손톱이 깨졌다. 나도 이제 낙상에 주의할 나이가 되었나 보다. 욱신거리는 손가락을 안고, 하지만 잘 잤다. 잠 깨어오는 산하, 촛대봉에 올라 해를 기다린다. 여전히 날은 따뜻하고.. 오늘이 입춘이랬다. 유장하게 뻗은 바래봉 능선 뒤로 한껏 몸을 낮춰 북진하는 백두대간 산줄기가 점점이 이어진다. 해는 이미 올랐던 모양이라.. 하늘에서 붉디붉은 빛이 내린다. 구름이 낮게 깔리고.. 오후 늦게 비가 온다 했다. 남부 능선 너머 그 아래짝 산들은 가본 바가 없어 도통 분간이 되들 않는다. 가 볼 날이 있겄지..
지리산, 영신봉 일몰
지리산, 영신봉 일몰
2017.02.17선비샘에 도착했으나 함께 할 일행들은 아직 오지 않았다. 햇살 따스한 으슥한 곳에서 한 시간 가량을 기다린다. 산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벌써 봄인가? 살짝 졸음이 밀려온다. 시간을 가늠하여 다시 선비샘, 영태는 대열 후미에서 오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익히 아는 분들도 계시고 대부분은 생면부지... 주릉에 서니 산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남부 능선 끝자락 삼신봉, 그 너머에 호남의 마지막 산 백운산이 버티고 있다. 그 사이에는 섬진강이 흐르고 있겠는데 보이지 않는다. 대성골, 그리고 백운산 어쨌거나 몸땡이가 잘쭉해야 사진발이 잘 받는다. 김영승 선생님 북쪽을 바라본다. 앞에 보이는 산은 엊그제 남원 산내에 들어가서 봤던 삼정산쯤 될까? 멀리 육십령 지나 솟구친 백두대간 덕유산 주릉이 펼..
방장산 심설산행
방장산 심설산행
2017.02.15입춘 무렵 여지없는 봄기운에 이제는 겨울도 다 갔구나 했더랬다. 다소 뜬금없는 한파와 폭설, 겨우내 탈 없던 수도가 얼어 튀었다. 늙발에 큰 놈 앵긴다더니 겨울이 그냥 물러나진 않는도다. 호남정맥을 가자던 계획을 방장산으로 바꽜다. 급거.. 방장산 심설 산행, 올 겨울 들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다니던 행로를 뒤집어 입암에서 장성을 넘는 갈재를 들머리로 잡았다. 인근의 내장 갈재는 추령, 장성 갈재는 노령이다. 가을 고개와 갈대 고개의 차이이고 일제가 만든 노령산맥은 이 고개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하지만 실제 옛사람들이 넘던 고갯길은 산중에 따로 있고 여기는 1번 국도가 넘던 새로 낸 찻길, 그러던 것이 최근 국도가 새로 확장되면서 산 아래로 굴을 뚫어 이제는 이 길조차 옛길이 되고 말았다. 망설일 ..
지리산, 의신 마을에서 선비샘으로..
지리산, 의신 마을에서 선비샘으로..
2017.02.09겨울 지리산, 종주에 나선 사람들.. 나도 그 틈에 낀다. 하루 늦게 선비샘에서 합류하기로 하고 의신 마을에서 선비샘으로 오르는 직동 길을 찾아 등산로의 특징과 경로 등에 대해 머릿속에 잘 넣어 두었다. 초행길이지만 선 답자가 남긴 gpx 파일이 있어 든든하다. 구례 사는 갑장 농사꾼이 실어다 주고 밥까지 사준다. 상쾌한 기분, 뱃심 좋게 길을 나선다. 산으로 곧장 이어지는 마을 골목길을 지나 몹시 가파른 산발에 일궜던 논밭을 지난다. 묵은 지 오래, 돌로 쌓은 축대는 무너지고 논밭에는 잡풀만이 무성하다. 가파른 산발을 타고 올라 작은 능선을 넘으니 산허리를 감아도는 매우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잘 닦인 길,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돌돌 물흐르는 골짝을 건너 다시 오름길이 시작되는 곳, 고로쇠 물 받을 ..
영산기맥, 양고살재~암치재
영산기맥, 양고살재~암치재
2017.02.01찰거머리처럼, 때로는 껌딱지처럼 늘어붙어 있는 외약다리 통증은 나를 여전히 산으로 내몬다. 산길을 걷는다는 것, 그 중에서도 산줄기를 탄다는 것, 그 일의 태반은 갈 길 내다보고 지나온 길 돌아보는 것이다. 사람 사는거이나 산 타는 거이나, 내다보고 돌아보고, 돌아보고 내다보고..혼자 산 길을 걷다 보면 이러저러한 생각들이 많아지다가 어느 순간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는 나를 본다. 머릿 속이 텅 빈 채 그저 걷고 있는.. 내다보고 돌아보는 것도 좋고, 생각이 사라진 그 순간도 좋고, 산은 여러모로 마음을 살찌운다. 방장산도 그렇지만 고창을 지나는 영산기맥은 줄곧 전남북 도경계를 그으며 영광 쪽으로 흐른다. 고창은 눈이 많은 고장이다. 병풍처럼 둘러선 영산기맥의 영향이 크다 하겠고.. 하여 고창의 겨울 ..
영산기맥 소요지맥 4
영산기맥 소요지맥 4
2017.01.25소요지맥 마지막 구간, 산줄기 답사의 끝을 본다. 백두대간, 호남정맥, 영산기맥.. 모두 시작만 해 두었을 뿐 끝을 보지 못했다. 나라 안 가장 막내둥이 산줄기이지만 하나를 온전히 마무리한다는 것이 주는 감회는 남다르다. 우리나라 어느 산에서 출발해도 물을 건너지 않고 오로지 산등성이만 타고 백두산에 가 닿을 수 있다는 우리 조상들의 놀라운 산줄기 인식을 다시 한번 뼛속 깊이 각인한다. 생각해 보면 어려울 것이 없다. 고창 바닷가 외로이 솟아 있는 소요산이 실은 방장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방장산은 호남정맥에 뿌리를 박은 산이니 이쯤 되면 호남정맥을 더듬어 백두대간에 이르는 길은 손쉽게 그려진다. 소요지맥 마지막 구간, 그 정점에 소요산이 있다. 마지막 용트림, 산줄기가 제법 치열하다. 마지막 구간, ..
영산기맥 소요지맥 3
영산기맥 소요지맥 3
2017.01.241월 13일, 밤새 살째기 눈이 내리고 날이 제법 겨울답다. 좀 서두른다는 것이 내나 그 시간이 되고 말았다. 백운재 가는 길 장술몬당 지나 자그마한 들판, 낭깥 너머 삼각봉으로 솟은 소요산을 본다. 소요산은 전봉준 장군의 태몽에 등장한다. 아버지 전창혁은 소요산을 한 입에 삼키는 태몽을 꾸고 녹두장군을 얻었다 한다. 오늘 산행은 마치고 나면 이제 소요산을 근거리에 두게 되고 소요지맥 산줄기 타기도 이내 끝이 나게 될 것이다. 네 번째 구간, 백운재 ~ 굴재(소굴치) 5.3km 산 아래 차를 두고 임도를 따라 걸어서 백운재에 오른다. 오늘은 화시봉 지나 소굴치(굴재)까지 가게 될 것이다. 화시봉은 소요지맥 줄기에서 벗어나 있으나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고갯마루에 젊은 느티나무 두 그루와 돌탑, 그리고 모..
영산기맥 소요지맥 2
영산기맥 소요지맥 2
2017.01.21두 번째 구간, 간은쟁이(성두부대 앞 고개) ~ 사실재(고인돌 휴게소) 4.5km 1월 9일, 성두부대 앞에서 소요지맥 두 번째 산행에 나선다. 방장산과 화시산 사이 야트막한 산들이 이어지는 구간, 출발도 늦었거니와 저녁에 일이 있으니 고인돌 휴게소 부근 사실재까지만 가기로 한다. 출발 지점, 군부대가 주둔해 있는 탓에 곧이곧대로 능선길을 타기가 어려워 에돌아간다. 부대 옆 작은 방죽을 끼고 얼마간 걷다 적당한 지점에서 산으로 스며든다. 군부대 철책을 잠시 따르다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이쯤 오니 다리 통증이 사라진다. 한쪽 사면 벌목 자리, 조망이 터진다. 방장산 갈미봉 지나 억새봉, 억새봉에서 갈려 나온 산줄기가 있는 듯 없는 듯 이어진다. 이런 산줄기를 이어가는 묘미가 제법 별스럽다. 어지간한 ..
영산기맥 소요지맥 1
영산기맥 소요지맥 1
2017.01.17허리에 병이 났다. 한데 실상 허리는 아프지 않고 외약짝 다리 쪽으로 무지막지한 통증이 도래했다. 잘 안 드는 칼로 후벼 파고 녹슨 송곳으로 마구 들쑤시는 듯한 격통에 입이 떡떡 벌어지고 욕이 절로 나왔다. 초기 발병 시기에는 잠시 서 있기도 힘들었고 오래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익히 경험해보지 못한 증상에 대관절 왜 그러는지도 모르는 채 사흘을 누워 지냈다. 허리 전문 한의원에 가서 디스크라는 진단과 함께 도침(刀針)이라는 다소 무시무시한 침을 몇 차례 맞는 동안 이를 악물면 참을 만한 정도로 통증이 완화되었다. 그 이후에는 걷는 것, 그중에서도 산길을 걷는 것이 가장 편안했다. 20여 분 걸어야 통증이 가시던 것이 10분, 5분으로 줄어들더니 이제는 잔통 정도의 수준으로 완화되었다. 몸살림 요법에 ..
북한산 의상봉 능선, 백화사에서 구기동까지
북한산 의상봉 능선, 백화사에서 구기동까지
2016.11.17총궐기대회를 마치고 서울에 남았다. 북한산에 가기로 맘 먹었다. 오늘은 일요일,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등산길을 골라달라 했다. 친구는 바위가 많으니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의상봉 능선길을 추천했다. 의상봉 능선은 걷는 내내 감탄사를 연발하며 주봉인 백운대를 바라보는 길이다. 약간의 곡절 끝에 백화사 인근에 도착하여 '내시묘역길' 표지판을 지나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산길 초입은 동네 뒷산처럼 몹시 평범하고 편안하다. 새벽녘 비가 살짝 뿌렸는데도 날이 뿌옇다. 산길을 얼마 오르지 않아 경사가 급해지고 험상궂은 바윗길이 나타난다. 역시 북한산, 한적한 길이라 했지만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과거 한때 바위꾼이었던 영태는 발가락 끝이 간질거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맘과 달리 신발이 바위에 붙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