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새 이야기
물닭이 기가 막혀
물닭이 기가 막혀
2016.02.01며칠간 지속된 강추위로 저수지가 얼고 뒤이어 내린 폭설로 들판이 눈에 잠겼다. 그러기를 일주일째 배곯은 날짐승들이 제정신이 아니다. 저수지를 가득 메웠던 가창오리떼는 종적이 없고 물닭들은 물을 떠나 떼를 지어 논으로 걸어나온다.물닭이 물을 벗어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행동이다. 녀석들 급기야 사람들이 다니는 길 위에까지 진출했다. 사람 그림자만 비쳐도 물수제비를 뜨며 쏜살같이 달아나는 녀석들인데 사람이 오는지 마는지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간절한 발걸음이 애잔하다. 비둘기도 배고프기는 마찬가지.. 청둥오리, 흰빰검둥오리, 흰죽지 등이 작은 목욕탕 크기로 변해버린 저수지에 몰려들었다. 여기는 큰고니 목욕탕 외출나온 물닭들은 물 속 생활에 최적화된 두툼한 발바닥으로 눈밭을 두드리며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다...
타는 저녁놀, 가창오리 날다.
타는 저녁놀, 가창오리 날다.
2016.01.12지난 6일 사라진 듯했던 가창오리들은 더 큰 무리가 되어 하루 만에 돌아왔다. 이래저래 바쁜 나날들의 연속이다. 통 가볼 짬이 나질 않는다. 석양이 좋겠기에 집에 와 있는 아들놈을 시켜 사진을 찍어오라 했다. 그런데 행장을 차리고 집을 나서는 찰나 한 무리 가창오리 떼가 지붕을 스치고 정읍 방면으로 날아간다. 이렇게 일찍 날다니.. 방향도 제대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갈걸 그랬다. 사진을 찍어본 녀석이 아닌데 기대 절반, 걱정 절반.. 그런데.. 나보다 잘 찍었다. 내가 갔으면 어땠을까? 복권 한 장 사줘얄랑갑다.
가창오리 취중군무
가창오리 취중군무
2016.01.06가창오리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싶더니 오늘 아침에는 종적이 없다.어제 저녁 우리집 지붕을 넘어 정읍 방면으로 날아가는 녀석들을 봤는데 새벽녘 돌아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먹이가 부족했을까? 아마도 며칠간은 저수지 오리보다 저수지 가상에 오리구경 온 사람들 숫자가 더 많겠다. 새해 첫날 담아놓은 가창오리 사진을 이제사 떠들어본다. 산에서 내려와 마신 술에 꽤나 취해 있었다. 취한 건 가창오리가 아니고 나였지만 어찌됐건 취중군무.이날 녀서들은 특이하게도 코도배기 주변을 배회하며 꽤 긴 군무를 펼쳤다.황혼도 좋았기에 코도배기에 있던 사람들 땡 잡은 날이다. 어디론가 대거 이동한 녀석들이 언제쯤 다시 돌아올지..지금으로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동림 저수지 가창오리,15/12/28
동림 저수지 가창오리,15/12/28
2015.12.28서짝 하늘에 두터운 구름장으로 노을이 좋지 못했다. 그제는 고부, 어제는 입암, 장성 방면으로 날아가더니 오늘은 정반대 줄포 방향 부안 들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집단행동을 한다는 것과 주변의 너른 들판을 번갈아가며 찾는다는 것 외에 날아가는 방향을 예측하기란 실로 어렵다. 멀리서 펼쳐지는 군무를 잡는데는 광각 렌즈보다 적당한 망원 줌 렌즈(40-150)가 유용했다. 노을 없는 밋밋한 배경지를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대신 메꿔주었다.
가창오리 아침 군무, 15/12/27
가창오리 아침 군무, 15/12/27
2015.12.27동창이 붉게 번지는 걸 보니 날이 좋은 모양이다. 코도배기에 나가니 가창오리들이 이미 돌아와 있다. 꽤 많다. 점점 불어나는 듯..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자리를 잡느라 부산하다. 좀 더 이른 새벽 미명에 오면 수백마리씩 떼를 지어 먹이터에서 돌아오는 녀석들을 볼 수 있다.
동림저수지 가창오리 군무, 15/12/24
동림저수지 가창오리 군무, 15/12/24
2015.12.25자리 선정은 그럭저럭 괜찮았으나 배경지가 영 시원치 않았던 날. 크리스마스 특별공연같은 건 없었다.몇마리나 되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으나 도저히 가늠할 재간이 없다. 이 정도면 몇마리나 되는걸까?
동림저수지 가창오리 군무, 아쉬운 한판
동림저수지 가창오리 군무, 아쉬운 한판
2015.12.22올 겨울, 동네 앞 저수지 들여다볼 여유도 없이 살고 있다. 모든 것이 박근혜 탓이다. 박근혜는 농정 핵심 공약으로 쌀값보장을 내걸었지만 쌀값이 폭락되어도 아무런 대책이 없고, 쌀값폭락에 항의하다 물대포에 쓰러진 농민에 대한 사과는 커녕 언급조차 없다. 지어 연말을 코 앞에 두고 기어이 밥쌀수입 추가 입찰을 강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만신창이가 된 농민들의 살림살이, 피투성이가 되어 벌떡거리는 농민들의 심장에 소금을 치고 재를 뿌린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우리 농민의 생존 문제는 아랑곳 않고 코쟁이 미국놈들 비유 맞추느라 노심초사하는 친미 사대주의에 미친 정권이다. 그래서인지 올 겨울 날씨 또한 그야말로 최악이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겨울장마에 온실 작물들은 해를 보지 못해 탈이 ..
사투
사투
2015.09.25허공에서 바둥거리는 새를 보았다. 황조롱이, 낚시줄에 걸려 있었다.낚시줄은 전기줄에 걸리고..얽히고 설킨 인연의 끈이 모질기도 하다.
왜가리청
왜가리청
2015.08.15북이 "지뢰매설 안했다"는 담화문을 발표했고 그 전문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전문] 북한 국방위 “막강 화력 두고, 지뢰 따위 주물러댔겠나”(한겨레) 읽어봤더니 "왜가리청을 돋구어댔다"는 표현이 특별히 눈길을 끈다. 이 구절을 읽는 순간 왜가리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왜가리는 한밤중에도 난데없이 외마디 소리를 내곤 하는데 군더더기 없이 "꽥" 하고 운다. 몹시 재미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에 '왜가리청'을 검색어로 집어넣었더니 아래와 같이 검색된다. 왜가리청---聽 명사 [북한어] 왜가리처럼 떠드는 목소리.마을 작인의 아낙네들이 웅성거리며 드나드는 그림자들이 보이고 뭐이라 왜가리청으로 떠들고 있는 장 씨의 목소리도 들렸다.출처 : 꽃 파는 처녀, 조선말 대사전(1992) -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내친 김에 ..
설악산 대청봉 주변의 새, 노랑허리솔새, 솔새사촌, 진홍가슴
설악산 대청봉 주변의 새, 노랑허리솔새, 솔새사촌, 진홍가슴
2015.07.30가파른 설악산을 무겁고 커다란 대포 렌즈를 짊어지고 오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젊은이한테 대신 짊어지게 하고 잣까마귀와 긴다리솔새사촌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올랐다. 한계령 위쪽 능선 삼거리 부근부터 새들이 보이기 시작했으나 너무 어두워 소리만 들었을 뿐 어떤 녀석들인지는 확인이 불가하다. 끝청에 당도하자마자 종류를 알 수 없는 칼새 한마리 쏜살같이 날아간다. 부랴부랴 렌즈를 꺼내보지만 영영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끝청과 중청 대피소 중간 지점쯤에 이르러서야 잣나무 가지 틈새기에서 노닐던 솔새류 한 녀석을 담아 확인해보니 노랑허리솔새다. 노랑허리솔새(Pallas Leaf Warbler)흔하게 통과하는 나그네새, 주로 한반도 중부 이북을 통과한다. 강원도 산악지역(설악산, 점봉산, 오대산 일대..
낭비둘기를 아시나요?
낭비둘기를 아시나요?
2015.07.08집비둘기와 비슷한 외모, 특이한 서식 습성으로 멸종 위기에 내몰렸다는 낭비둘기. 낭비둘기는 양비둘기라고도 부른다. 양비둘기라는 이름이 또 서양에서 들어온 도입종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켜 홀대받는 요인이 되었다 하니 이래저래 중첩된 고난사를 안고 있는 녀석이다. 실상은 적은 수가 남해 도서지방에 서식하고, 극소수가 내륙 사찰에 서식하는 매우 드문 텃새다. 1980년대까지 전국 각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다는데 집비둘기에 밀려 심산유곡, 남해 도서지방에 유폐되어 힘겨운 종의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구례 천은사에서 두 개체를 보았다. 얼핏 다녀온 것이니 정확한 개체수는 확인할 수 없다. 사찰 현판 뒤 또는 처마 밑 빈 공간에 둥지를 짓는 습성으로 하여 승려 혹은 문화재 관리자들의 미움을 받아왔다 한다. 집비둘기..
못찾겠다 꾀꼬리
못찾겠다 꾀꼬리
2015.06.07뒷낭깥 쭉나무 사이에서 낭자한 꾀꼬리 노랫소리가 온 동네에 울려 퍼진다. 쭉나무는 가죽나무의 우리 동네 이름이다. 매년 꾀꼬리가 날아와 번식하는데 둥지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다만 때가 되면 이소한 어린 녀석들을 볼 수 있다. 노랫소리 낭자하나 꾀꼬리를 눈으로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수시로 자리를 바꿔 앉고 울창한 나뭇잎으로 자신을 은폐하기 때문이다. 혹여 인기척이라도 느껴지면 망설임 없이 날아가버린다. "못찾겠다 꾀꼬리"는 빈 말이 아니다. 화장실 쪽창에 기대어 한참을 더듬어서야 찾아냈다. 찾았다 꾀꼬리.. 한쌍이 함께 날아다니는데 5월에 울음소리가 나다 조용해졌다가 다시 노래하기 시작한걸로 봐서 아마도 포란을 마치고 새끼가 부화하지 않았겠나 짐작한다. 한가할 때 맘 먹고 둥지를 찾아봐야겠다. 꾀꼬리(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