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세상
입춘대설
입춘대설
2025.02.08어제도 오시더니 오늘도 오시고내일도 오신다면나는 산으로 가겠네요눈에 묻혀 사라진 길을 열고입춘에 시작된 새로운 겨울 입춘한파, 입춘대설눈이 내린다, 날마다 눈이 내린다.내린 눈 위에 눈이 쌓이고 그 눈 위에 다시 눈이 내린다. 추위도 가시지 않는다.온실농사 짓는 농민들 죽을 맛이겠다.그래도 나는 눈이 좋다, 추위도 좋다. 아직은 겨울이니..
그의 사후세계
그의 사후세계
2025.02.06선운사 절간 동백숲 너머후미진 곳 소실된 제실터한 시대를 떵떵거린 친일 대지주친미 민족주의 우파 대가리 되어한민당에서 노닐다가사후세계 영으로 여기 왔다네방화일까 실화일까사후저택 사라지고남은 건 담벼락과 문짝 뿐저 문 나서면이끼 낀 비석 하나, 그리고 숲세월을 집어삼키고 있다네그 세월 속 김성수는 이미사라지고 없다네혼비백산 사라졌다네
입춘 지나고 겨울
입춘 지나고 겨울
2025.02.06입춘이 지나고비로소겨울이 왔다입춘과 함께 찾아온 큰 눈과 강치새삼스럽지 않지만 흔한 일도 아니다.겨울에 끝자락 늦게라도 찾아온 추위가 반갑다.이것은 역행이 아니다, 잠시간의 반동일 뿐..
고창읍성에 눈 나린다
고창읍성에 눈 나린다
2025.02.055백년 전 세종과 단종 어간열아홉 전라도 골골 징발된 백성들의 피땀 서린1,684미터 읍성을 돌며 흩날리는 눈발 따라훠얼 훨~ 훠얼 훠얼~말끔하게 날린다술기운을 날린다고창에서 술을 마신 날이면 나는 읍성을 돈다. 한 바퀴 혹은 두 바퀴 읍성 돌아 술기운 가시면 집으로 간다.읍성의 밤은 아름답다, 특히 눈이라도 내릴 양이면..,
불씨
불씨
2025.02.04아궁잇속 시뻘건불씨가 마치보석처럼 영롱하다.이 불씨 나무를 태워물을 덥히고 그 물이 돌아 집을 데워그 온기로 내겨울을 난다.아궁잇속 불씨는높뛰는 심장 속 뜨거운 피,그래 불씨가 그토록시뻘겠던 게로군입춘,올겨울 마지막 추위 속 눈이 내린다.이번 추위 물러가면 봄이 성큼 다가올 것이고,겨울 내 열나게 돌아가던 나무 보일러 한 숨 돌리게 될 것이다.한 해 겨울이 간다.
눈사람
눈사람
2025.02.03잔디밭 복판 눈 녹아 사라지고눈사람만 덩그러니동네 손주 녀석들곱은 손 녹여가며 혼을 불어넣었을 눈사람눈 녹듯 사라져간다 잔디밭 주인 기다리는잔디 장시는 내내 소식조차 없고눈사람이야 어찌 되건잔디밭 주인은운수대통 입춘을 고대한다절기 바뀌니 봄기운 완연해진다.강추위 내려온다 하나 오는 봄 막지 못할 것이다.맘은 벌써 봄을 향해 일렁인다.
대죽도ㆍ소죽도
대죽도ㆍ소죽도
2025.02.02날은 우중충해도둘이라 외롭진 않겠다.설 연휴 끝 초사흗날,물때에 맞춰 갯벌에 머무는 새들을 조사한다.OUV, 갯벌이 가진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입증하기 위한 보수가 지급되는 유급 활동.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으나 이 사진 속에도 수백 마리 도요물떼새가 바글거린다.거시적으로도, 미시적으로도 외롭지 않은 풍경이다.
바라본다.
바라본다.
2025.02.01설 연휴,산에 갈 계획을세우고 지우길 반복한다.문득 생각한다,한 살만 젊었어도..나는 저 산만 보면눈 쌓인 저 산만 보면지금도 피는 끓는데손발 게으르고 눈만 부지런한내가 되었다내 나이 육십줄,마음보다 육신이 먼저 세월에 적응한다.오십줄에 접어들며 시작한 백두대간,올해는 꼭 마치는 걸로..죽지랑이 개척한 죽령을 넘어 죽죽 나아가자.
새만금
새만금
2025.01.31참수리를 보러 갔으나참수리는 보지 못하고새만금 너머 붉은 해만저물도록 바라보았다. 인간의 탐욕과 헛된 정치적 야망이 부른 생태학살의 현장 새만금의 낙조가 아름답다.이 풍경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설날 아침 들판에서
설날 아침 들판에서
2025.01.31설날 아침,눈 깔린 들판쪼꼿이 뻗은 들길평지돌출 두승산몰려오는 눈구름이 풍경 영원하길 차례상 물려 떡국에 술 한 잔,윤혁, 수명과 함께 나선 산책길훌쩍 커버린 녀석들과 나이 들어가는 나와 오늘 함께 하지 못한 수연까지 합세한 설날 산책을 그린다.
설눈이 내린다
설눈이 내린다
2025.01.29읍성 가는 길,눈보라 몰아친다.함박눈 쏟아진다.건강을 위한 산책길,병길 형님과 길을 나서다.20대 중반, 30대 초반 처음 만난 우리는이제 동반 60대, 형님은 70을 바라본다.든든한 인생의 동반자이자 다함없는 나의 후견인,부디 건강하시라. 오래오래~
하루 한 장은 남기며 살자
하루 한 장은 남기며 살자
2025.01.28곰소만 깊숙한 갈곡천 하구갑오년 삼월 스무나흗날,이 물골을 타고제주도 농민군이 사포에 상륙했다.피부 탄력이 눈에 보이게 사라진다. 눈에 띄게 나이를 먹어가는 게다. 내일 설 떡국 한 그릇 먹고 나면 내 나이 육십,많이도 먹었다. 갈수록 세월이 빨라진다. 이제 못 따라집겠다. 하여 생각한다. 세월이 아무리 빠르게 흘러가고 내 아무리 바쁘게 돌아쳐도 하루 한 장은 남기며 실자. 그리하여 세월이 흘러 더 늙어 할 일 없을 때뭇 한 가지라도 돌아볼 것 있게 하자. 옛날 식으로 말하면추억의 앨범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쇠뿔도 단 김에 빼라 했다. 어제 것 한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