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소쩍새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지 보름가량 되었다. 여름철새인 소쩍새는 이동 초기에 주로 운다. 

자신의 영역을 알리면서 짝을 구하는 일석이조, 소쩍새는 수컷만 운다. 

소쩍새가 우는 시기는 배고픈 시절, 그 중에서도 먹을 것 없던 보릿고개에 해당한다. 

주린 배를 부여안고 배고파 우는 아이 달래 잠재우던 어매들 귀에 몸서리치게 사무쳤을 소쩍새 울음소리를 상상해본다. 

소쩍새 울면 풍년든다는 말은 굶주린 농민들의 절박한 염원이 만들어냈을 것이다.  

한송이 국화꽃 어쩌고 하는 시인의 넋두리는 사실 쌩뚱맞다.    


짝을 구하지 못해서일까? 밤에만 간간이 울던 녀석이 낮에도 울어댄다. 

실로 오래간만에 망원렌즈 챙겨 소쩍새를 찾아나선다. 

녀석은 제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경쟁자가 나타난 것이니 그럴법하다. 

그림자같이 나를 따라다니는 동강이 쥐어 패 진압하고 울음소리가 나는 지점을 가늠하며 숲 속에 들어선다. 



소쩍새는 날갯소리를 내지 않는다. 

유령처럼 날아와 침입자를 노려본다. 

사진을 찍는데 찰칵.. 찰칵.. 아뿔싸 사진기 설정을 바꿔야겠다. 

고개 숙여 사진기를 속사포로 바꾸는 사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녀석은 멀리 가지 않았을 것이다. 어디선가 나를 노려보고 있을 터..



경험상 소쩍새는 어지간해서는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 

바로 옆의 좀 더 높은 가지 잘 안보이는데로 옮겨앉았을 뿐이다. 

은신한다고 하지만 녀석도 나를 감시해야 하기에 아예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들지는 않는다. 

조금만 움직이면 눈 앞을 가리는 잔가지를 피해 녀석과 눈을 맞출 수 있다. 


 

노상 이런 식이다. 

너만 나 보인냐? 너도 너 보인다 짜샤!




바로 지금이 소쩍새를 관찰하기 좋은 때다.

좀 더 녹음이 우거지고 번식을 시작하면 둥지를 발견하면 모를까 찾아내기 어렵다. 

하지만 우연히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면 둥지까지 뒤져 새를 귀찮게 할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