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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노인일쾌사

  • 2020.12.21 21:56
  • 농민화가 박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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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선생 마지막 이빨을 뽑다 2017 박홍규 목판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치아 없는 게 또한 그 다음이라
절반만 빠지면 참으로 고통스럽고
완전히 없어야 마음이 편안하네
한참 움직여 흔들릴 적에는
가시로 찌른 듯 매우 시고 아파서 
침 놓고 뜸질해도 끝내 효험은 없고 
쑤시다가는 때로 눈물이 났었는데
이제는 걱정거리 전혀 없어
밤새도록 잠을 편안히 잔다네
다만 가시와 뼈만 제거하면은
어육도 꺼릴 것 없이 잘 먹는데
잘게 썬 것만 삼킬 뿐 아니라 
큰 고깃점도 능란히 삼키거니와 
위 아래 윗몸 이미 굳은 지 오래라
제법 고기를 부드럽게 끊을 수 있으니
그리하여 치아가 없는 것 때문에
쓸쓸히 먹고픈 걸 끊지 않는다오
다만 턱이 위아래로 크게 움직여
씹는 모양이 약간 부끄러울 뿐일세
이제부터는 사람의 질병 이름이
사백 네 가지가 다 안되리니
유쾌하도다 의서 가운데서
치통이라는 글자는 빼 버려야겠네

다산 정약용 老人一快事 2장

 

노인일쾌사 전문

첫 번째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 민둥머리가 참으로 유독 좋아라 / 머리털은 본디 군더더기이건만 / 처치하는 데 각각 법도가 달라 / 예문 없는 자들은 땋아 늘이고/ 귀찮게 여긴 자들은 깎아 버리는데 / 상투와 총각이 조금 낫기는 하나 / 폐단이 또한 수다하게 생기었고 / 높다랗게 어지러이 머리를 꾸미어라 / 쪽 짓고 비녀 꽂고 비단으로 싸도다 / 망건은 머리의 재액이거니와 / 고관은 어이 그리 비난을 받는고 / 이제는 머리털이 하나도 없으니 / 모든 병폐가 어디에 의탁하리오 / 감고 빗질하는 수고로움이 없고 / 백발의 부끄러움 또한 면하여라 / 빛나는 두개골은 박통같이 희고 / 둥근 두상이 모난 발에 어울리는데 / 널따란 북쪽 창 아래 누웠노라면 / 솔바람 불어라 머릿골이 시원하구려 / 말총으로 짠 때 묻은 망건일랑 / 꼭꼭 접어 상자 속에 버려두나니 / 평생을 풍습에 얽매이던 사람이 / 이제야 쾌활한 선비 되었네 그려 

두 번째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 치아 없는 게 또한 그 다음이라 / 절반만 빠지면 참으로 고통스럽고 / 완전히 없어야 마음이 편안하네 / 한창 움직여 흔들릴 적에는 / 가시로 찌른 듯 매우 시고 아파서 / 침 놓고 뜸질해도 끝내 효험은 없고 / 쑤시다가는 때로 눈물이 났었는데 / 이제는 걱정거리 전혀 없어 / 밤새도록 잠을 편안히 잔다네 / 다만 가시와 뼈만 제거하면은 / 어육도 꺼릴 것 없이 잘 먹는데 / 잘게 썬 것만 삼킬 뿐 아니라 / 큰 고깃점도 능란히 삼키거니와 / 위아래 잇몸 이미 굳은 지 오래라 / 제법 고기를 부드럽게 끊을 수 있으니 / 그리하여 치아가 없는 것 때문에 / 쓸쓸히 먹고픈 걸 끊지 않는다오 / 다만 턱이 위아래로 크게 움직여 / 씹는 모양이 약간 부끄러울 뿐일세 / 이제부터는 사람의 질병 이름이 / 사백 네 가지가 다 안 되리니 / 유쾌하도다 의서 가운데에서 / 치통이란 글자는 빼 버려야겠네. 

세 번째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 눈 어두운 것 또한 그것이라 / 다시는 예경 주소 따질 것 없고 / 다시는 주역 괘사 연구할 것도 없어 / 평생 동안 문자에 대한 거리낌을 / 하루아침에 깨끗이 벗을 수 있네 / 급고각 판본은 가증스럽기도 해라 / 자디잔 글자를 티끌처럼 새겼는데 / 육경은 교외로 나갔거니와 / 재윤은 어느 때에 걸 것인고 / 슬프다, 경문의 주석을 엿보건대 / 후인들은 옛사람 본만 따라서 / 송나라 이학 반박할 줄만 알고 / 한대의 오류 답습함은 수치로 안 여기네 / 이젠 안개 속의 꽃처럼 눈이 흐리니 / 눈초리를 번거롭게 할 것 없고 / 옳고 그름도 이미 다 잊었는지라 / 변난하는 일 또한 게을러졌으나 / 강호의 풍광과 청산의 빛으로도 / 또한 안계를 채우기에 충분하다오.


네 번째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 귀먹은 것이 또 그 다음이로세 / 세상 소리는 좋은 소리가 없고 / 모두가 다 시비 다툼뿐이나니 / 헛 칭찬은 하늘에까지 추어올리고 / 헛 무함은 구렁텅이로 떨어뜨리며 / 예악은 황무한 지 이미 오래이어라 / 아, 약고 경박한 뭇 아이들이여 / 개미가 떼지어 교룡을 침범하고 / 생쥐가 사자를 밟아 뭉개도다 / 그러나 귀막이 솜을 달지 않고도 / 천둥소리조차 점점 가늘게 들리고 / 그 나머지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 낙엽을 보고야 바람이 분 줄을 아니 / 파리가 윙윙대거나 지렁이가 울어 / 난동을 부린들 누가 다시 알리오 / 겸하여 가장 노릇도 잘할 수 있고 / 귀먹고 말 못해 대치가 되었으니 / 비록 자석탕 같은 약이 있더라도 / 크게 웃고 의원을 한번 꾸짖으리. 

다섯 번째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 붓 가는 대로 미친 말을 마구 씀일세 / 경병을 굳이 구애할 것이 없고 / 퇴고도 꼭 오래 할 것이 없어라 / 흥이 나면 곧 이리저리 생각하고 / 생각이 이르면 곧 써 내려 가되 / 나는 바로 조선 사람인지라 / 조선 시 짓기를 달게 여길 뿐일세 / 누구나 자기 법을 쓰는 것인데 / 오활하다 비난할 자 그 누구리오 / 그 구구한 시격이며 시율을 / 먼 데 사람이 어찌 알 수 있으랴 / 능가하기 좋아하는 이반룡은 / 우리를 동이라고 조롱했는데 / 원굉도는 오히려 설루를 쳤으나 / 천하에 아무도 다른 말이 없었네 / 등 뒤에 활을 가진 자가 있거늘 / 어느 겨를에 매미를 엿보리오 / 나는 산석의 시구를 사모하노니 / 여랑의 비웃음을 받을까 염려로세 / 어찌 비통한 말을 꾸미기 위해 / 고통스레 애를 끊일 수 있으랴 / 배와 귤은 맛이 각각 다르나니 / 오직 자신의 기호에 맞출 뿐이라오. 


여섯 번째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 때로 손들과 바둑 두는 일인데 / 반드시 가장 하수와 대국을 하고 / 강한 상대는 기필코 피하노니 / 힘들지 않는 일을 하다 보면 / 얼마든지 남은 힘이 있기 때문일세 / 도를 닦자면 어진 스승을 구하고 / 산을 배우자면 교력에게 가야 하며 / 실다운 일은 성취하는 게 타당하나 / 헛놀이는 한적함을 귀히 여기거늘 / 뭐하러 고통스레 강적을 마주하여 / 스스로 곤액을 당한단 말인가 / 한편으론 다른 생각을 가지어 / 오히려 상대에게 패하지 않고 / 항상 안일로써 괴로움을 상대하니 / 순조롭기만 하고 거슬림이 없어라 / 자못 괴이해라 세상 사람들은 / 그 지취가 어그러지고 편벽하여 / 덕에 있어선 낮고 아첨함을 좋아해 / 어리석은 자를 상객으로 앉히고 / 놀이에 있어선 제 힘을 못 헤아려 / 국수와 서로 대국하기를 생각하네 / 이것으로 소일이나 하면 그만이지 / 정진한들 끝내 어디에 유익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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