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바람, 너도바람, 꿩의바람, 만주바람, 남바람, 나도바람, 바다 건너 세바람. 이 정도 헤아리고 나면 남쪽 지방에서 만날 수 있는 바람은 더 이상 없다. 하여 나는 소망해 왔다, 언젠가 먼 길 떠나 새로운 바람을 만나리라. 그러기를 몇 해였던가? 길 떠나는 일이야 일상이지만 꽃을 바라고 길을 나서기는 쉽지 않았으니 세월이 갈수록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 그러던 차 하늘소 보자고 나선 길에서 새로운 바람을 만났으니 이것은 횡재인 것이고. 고운산, 너는 보지 못했으나 고맙다 니 덕이다.
산이 온통 홀아비 천지, 단아하고 곱다. 홀엄씨바람꽃이라 해야 옳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자손만대 번성하여라.
온 산을 차지한 홀아비들 사이 곳곳에 다소 드물게 피어 있던 회리바람꽃. 전체 바람꽃을 통틀어 가장 특이하고 수수하다.
둘 다 중부 이북 지역에 자생하고, 뿐더러 5월에 꽃대를 올리니 그간 볼 겨를이 없었다. 봤으니 되얐다, 한 번 보면 다시 보기 쉬워지는 것이 세상 일이더라. 다시 보자 바람의 전령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