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갈빗대 부러져 난생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 난데없이 내과의 부름을 받았다. 
혈당이 높아 당화혈색소 수치를 살펴보니 7.8, 이 정도면 꽤 진행된 당뇨병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순간부터 당뇨인이 되었다. 
하루 두 차례 당뇨약이 지급되고 안 먹던 아침밥도 먹어야 된다 강요받았다. 그것도 당뇨식으로..

한 이틀 약을 받아먹으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그래 이렇게 약 받아먹고 아침밥 먹으면 해결될 문제란 말인가? 아니다 싶었고,  하여 약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해 보겠노라 결심했다. 
일단은 아픈 갈빗대 부여잡고 걷기 시작했다. 어차피 병원살이 할 일도 없어 밥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늘 걸어 다녔다. 

의사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는데 그래도 약은 먹어야 된다고, 대신 하루 한 번이라도 먹으라 했다. 
나는 그것도 싫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당뇨약을 골라내 쓰레기통에 버렸다. 대략 일주일 후 다시 만난 의사는 혈당이 잘 관리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기어이 약은 막지 않겠다 하니 따로 처방은 하지 않겠다 했다. 세 달 후 다시 만나 당화혈색소 수치 살펴보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오늘까지 가지 못하고 있다. 

그간 술 마시는 것만 빼고 나름 혈당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매일 아침 공복혈당과 식후혈당을 재며 운동과 밥, 술, 군것질, 잠 등 혈당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것들에 대해 나름 연구하고 있다. 어떤 운동을 언제 하는 것이, 무슨 음식을 어떻게 먹는 것이, 어떤 술을 무슨 안주에 먹는 것이 가장 나은지 경험치들을 쌓아가고 있다. 요사이 혈당 수치는 공복, 식후 모두 정상과 경계 사이를 넘나들고 있다. 
그 이야기를 가끔 써보려 한다, 이름하여 당뇨 이야기..

오늘은 그 첫 번째 '토달'이다. 
두어 달 전부터 야채샐러드 등으로 가볍게 아침을 챙겨 먹기로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점심 식사를 좀 더 가볍게 할 수 있어 식후혈당 관리에 낫겠다 싶었다. 최근 가장 즐겨 먹게 된 것이 바로 '토달', 토마토와 달걀, 올리브기름 등이 주 재료가 되고 나머지 것들은 냉장고 형편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 이렇게 하면 나름 요기도 되고 혈당은 거의 오르지 않더라. 아침 식사 말고도 언제 먹어도 부담 없더라. 

세상 간편한 음식, 오늘 아침 토달.
토마토를 구워 먹는다는 것도, 올리브기름과 달걀과 토마토가 이처럼 잘 어우러진다는 것도, 나 말고도 이미 오래전부터 이리 먹어왔다는 것도 다 요새 새롭게 안 일이다. 정해진 방법과 형식, 법칙 따윈 없다. 자기 입맛대로, 상상한 대로, 있는 재료 가지고 그때그때 뚝딱뚝딱..
음식이란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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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그대로 뒤집고 싶은데 안 되더란 말이지..

이렇게 되고 만다. 

그나 내과과장 만나러 병원에 한 번 가야 하는데 미루고 또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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